영입 당시 필승조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진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타무라 이치로. 타무라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11.25, 피안타율은 무려 0.425에 이른다. 두산 제공
올 시즌 KBO리그에 새롭게 도입된 '아시아쿼터' 제도가 초반부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 출신 투수들의 '집단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쿼터는 기존 외국인 선수 정원(팀당 3명)과 별도로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국적 선수를 포지션 구분 없이 1명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따라 일본과 호주, 대만 출신 선수들이 대거 리그에 합류했다. 호주 유격수 제리드 데일을 영입한 KIA 타이거즈를 제외한 9개 구단이 모두 투수를 선택한 상황. 그러나 시즌 초반 흐름은 기대에 못 미친다.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일본 국가대표 출신으로 영입 당시 기대를 모았으나 시즌 초반 크게 흔들리는 타케다 쇼타. SSG 제공
21일 기준 오른손 투수 타무라 이치로(두산 베어스)의 평균자책점은 11.25로 낙제 수준이다. 피안타율도 무려 0.425에 이른다. 스기모토 코우키(KT 위즈) 역시 평균자책점이 7.59로 고전하고 있다. 여기에 쿄야마 마사야(롯데 자이언츠) 카나쿠보 유토(키움 히어로즈·등록명 유토)도 전반적인 투구 지표가 크게 악화된 모습이다. 특히 쿄야마의 이닝당 출루허용(WHIP)은 2.22,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IRS·Inherited Runner Scored Percentage)은 100%(3/3)로 높다. 벌써 전열에서 이탈한 사례도 나왔다.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통산 66승을 거둬 '아시아쿼터 최고 경력자'로 평가받던 타케다 쇼타(SSG 랜더스)는 평균자책점 13.03을 기록한 뒤 지난 15일 2군으로 내려갔다.
물론 일부 선수들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왕옌청(한화 이글스) 라클란 웰스(LG 트윈스) 등은 비교적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일본인 투수들의 난조가 두드러진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일본인 투수는 제구가 좋을 거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며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이 생소하다고 하더라도 몇몇 선수들은 기본적인 제구가 되지 않는다. 1군 자원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대만 타이난 1차 스프링캠프에서 아시아쿼터 투수 쿄야마 마사야의 불펜 피칭을 보고 있는 카네무라 코치. 롯데 제공
제도 설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현행 아시아쿼터는 사실상 '이중 제한'이 적용되는 구조다. 먼저 직전 또는 해당 연도에 아시아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로 자격이 제한돼,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 영입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영입 비용 역시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 등을 모두 포함해 최대 20만 달러(2억9000만원)를 넘을 수 없도록 상한이 설정돼 있다. 이 같은 조건 탓에 일본인 아시아쿼터 선수들은 일본 독립리그 출신이 대부분이다. NPB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전성기를 지났거나 2~3군에 머물던 자원이 주를 이룬다. A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는 "현재 조건으로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게 어렵다. 다들 (아시아쿼터를 데려오려고) 일본 독립리그를 물색하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쿼터가 본래 취지인 전력 보강과 리그 다양성 확대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반등 사례가 나올지, 아니면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