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악재에 시달렸던 두산 마운드에 희망이 떠올랐다. 693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한 우완 투수 이영하(29)다.
4월 26일 LG전에서 호투한 이영하. 잠실=김민규 기자 이영하는 4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8-5로 앞선 9회 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시즌 첫 세이브일 뿐 아니라, 2024년 6월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무려 693일 만의 기록이었다.
지난겨울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 두산에 남은 이영하는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진입을 놓고 동료들과 경쟁했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끝에 퓨처스(2군)리그로 내려갔다. 2군에서도 평균자책점 8.00에 그친 그는 크리스 플렉센의 부상으로 인해 4월 15일 정규시즌 SSG 랜더스전에 선발로 등판했다. 2024년 4월 13일 잠실 LG 트윈스전 이후 732일 만의 선발로 등판이었다.
이날 이영하는 3이닝 3실점에 그친 뒤 불펜으로 내려갔다. 구원승 2개를 올렸으나, 투구에 기복이 있었다. 게다가 두산은 마무리 김택연이 지난 24일 부상으로 이탈했다. 최원준, 박치국 등 핵심 자원들도 부상으로 빠진 상태였다. 고민 끝에 김원형 두산 감독은 이영하를 '임시 마무리'로 임명했다.
그 계기가 지난달 26일 잠실 LG전이었다. 3-3으로 맞선 8회 초 등판한 이영하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은 10회 말 박준순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이날 피칭이 김원형 감독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30일 삼성전에서 이영하의 등판은 계획된 것이었다. 29일 삼성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이영하를 30일부터 마무리로 투입하겠다는 뜻을 경기 전 밝혔다. 선발 탈락 후 2주 만에 마무리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강한 구위는 여전했고, 불안했던 제구도 최근 개선된 덕분이었다.
세이브를 올린 이영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기회가 왔고, 운도 좀 따른 것 같다. 경기가 길었기 때문에 최대한 공격적으로 투구하자고 생각했다"며 "택연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원준이 형, 치국이까지 하루빨리 잘 회복해서 건강하게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어린 투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동생들에게 항상 자기 자신과 서로를 믿자고 이야기한다. 동생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