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수상 소감 말하는 양의지. 연합뉴스두산 베어스 양의지가 안타를 때리고 기뻐하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편집자 주> 본 기사는 일간스포츠 대학생 서포터즈가 기획부터 기사 작성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완성한 텍스트 콘텐츠입니다. 대학생 청년의 시선으로 스포츠 현장을 바라보았으며, 편집 과정을 거쳐 게재됐습니다. 이 외에도 일간스포츠 서포터즈가 기획 및 제작한 카드뉴스와 영상 콘텐츠는 일간스포츠 공식 SNS(소셜미디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야구에서 가장 익숙한 기록은 타율, 홈런, 타점, 승리, 평균자책점(ERA) 등의 '클래식 스탯'일 거다. 이것들은 직관적이다. 그러나 야구는 한두 개 숫자로 설명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같은 안타라도 단타와 홈런의 가치는 다르다. 같은 평균자책점이라도 수비 도움을 얼마나 받았는지에 따라 투수의 실제 책임은 달라진다. 그래서 선수를 더 공정하게 보기 위한 도구로써 등장한 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는가"를 묻는 '세이버 메트릭스'다.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39)는 세이버 메트릭스 관점에서 흥미로운 선수다. 양의지는 클래식 스탯으로도 좋은 타자다. 통산 타율, 홈런, 타점만 보아도 리그 정상급 타자라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타율과 타점만으로는 양의지의 진짜 가치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의 선수로서 진정한 가치는 '잘 치는' 선수가 아니라 '포수인데도 잘 치는' 선수라는 점에서 더 커진다.
포수는 체력 소모가 가장 큰 야구 포지션 중 하나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요하는 포수가 타격에서 강점을 발휘해야 하는 1루수와 지명타자와 같은 수준의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록했다면, 그 가치는 더 특별해진다. 세이버 메트릭스에서 포지션 보정이 중요한 이유다. 같은 타격 성적이라도 어떠한 포지션에서 기록했는지에 따라 선수가 가진 능력의 의미가 달라진다.
WAR(대체선수승리기여도)이 선수의 '종합적인' 가치를 설명하는 대표적 지표다. WAR은 해당 선수가 평범한 대체 선수보다 팀 승리에 얼마나 더 도움을 주었는지를 계산한다. 타격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수비, 주루, 포지션 가치까지 함께 반영하려고 한다. 양의지 같은 포수가 높은 WAR을 기록한다는 것(스탯티즈 기준 77.80/5월 6일 현재)은 단순히 안타를 많이 쳤다는 게 아니라,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타석에서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냈다는 의미다.
양의지는 출루와 장타를 동시에 제공하는 포수다. 통산 OPS가 0.889에 달한다. 여기에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볼 수 있는 wRC+(평균 100) 같은 지표를 더하면 양의지의 공격 가치는 더 분명해진다. 통산 wRC+가 140.1인 양의지는 리그 전체 타자들과 비교해도 높은 생산력을 보여준다. 포수 자리에서 이러한 공격력을 냈다는 점이야말로 세이버 메트릭스가 양의지를 높게 평가하는 핵심 이유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경기.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인천=정시종 기자김광현. SSG 랜더스 제공
SSG 랜더스 김광현(38)도 세이버 메트릭스 상으로 흥미로운 선수다. 김광현이 기록한 승수, 평균자책점, 탈삼진은 그가 오랫동안 리그를 대표한 왼손 에이스였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김광현을 승수와 평균자책점만으로 평가하면 그의 투구 방식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승리는 투수 혼자 만드는 기록이 아니다. 타선 지원, 불펜, 수비, 경기 흐름이 모두 영향을 준다. 평균자책점 역시 수비력과 운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세이버 메트릭스는 투수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에 더 집중한다.
많은 사람은 김광현에 대해 좋은 구위와 탈삼진 능력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그는 타자를 헛스윙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투수다. 하지만 김광현의 진짜 장점은 삼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고, 배트 중심을 피하게 만들며, 약한 타구를 유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즉, 필요할 때는 삼진을 잡고, 또 필요할 때는 맞혀 잡으며 이닝을 관리할 수 있는 투수다.
이러한 능력은 클래식 스탯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박스 스코어에 남는 것은 삼진, 볼넷, 실점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는 투수가 어떠한 타구를 허용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강한 라인드라이브를 계속 맞는 투수와, 내야 땅볼이나 힘없는 뜬공을 유도하는 투수는 같은 무실점이라도 내용이 다르다. 김광현은 빠른 공과 날카로운 변화구를 활용해 타자에게 좋은 타구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투수다. 맞혀 잡는 능력은 땅볼 유도율, 피장타 억제, 타구 질 관련 지표를 통해 더 잘 설명될 수 있다.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 같은 지표가 김광현의 투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FIP는 수비가 개입하기 어려운 삼진, 볼넷, 홈런을 중심으로 투수의 실력을 평가하려는 지표다. 평균자책점이 실제 실점 결과를 보여준다면, FIP는 투수가 얼마나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는지에 집중한다. 김광현의 통산 FIP는 3.99로, 통산 ERA 3.43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그가 단순한 파워 피처가 아니라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임을 보여준다.
다만 세이버 메트릭스가 완벽한 도구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WAR은 선수의 종합 가치를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지만, 계산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대체 선수'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수비 가치나 포지션 보정, 리그 수준 보정 방식에 따라 같은 선수라도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세이버 메트릭스가 클래식 스탯보다 선수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자체가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양의지와 김광현의 사례는 세이버 메트릭스가 선수의 숨은 가치를 드러내는 데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를 보여준다. 다만 야구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지표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기준과 맥락을 함께 고려하는 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