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 아데를린 로드리게스(35·KIA 타이거즈)가 또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아데를린은 리그 역사상 최초로 데뷔 첫 4안타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이탈한 해럴드 카스트로의 대체 선수 6주 계약을 맺고 지난 4일 합류한 그는,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임팩트'를 남기고 있다.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원정 경기에서는 홈런이 아닌 결승타를 책임졌다. 앞선 4개의 안타를 모두 담장 밖으로 넘겼던 아데를린은 이날 5번째 안타를 적시타로 연결하며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롯데 배터리는 2사 3루에서 김도영을 고의사구로 거른 뒤, 비교적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아데를린과의 승부를 택했으나 결과는 계산과 달랐다. 김원중의 3구째 포크를 절묘하게 공략했다.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해 홈런에 결승타까지 때려낸 아데를린 로드리게스. KIA 제공
아데를린은 경기 뒤 "떨어지는 변화구를 가진 상대 투수(김원중)와의 승부였다. 홈런을 만들겠다는 마음보다는 강한 타구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임했다"며 "3구 연속 떨어지는 공이었는데, 마지막 공이 존에 들어오는 코스여서 과감하게 배트를 냈다. 좋은 콘택트가 나와서 3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일 수 있었다"고 흡족해했다. 특히 팀 적응 과정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그는 "드디어 팀 안타 세리머니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 만족스럽다"며 "연패 후 원정에서 2연승을 만들 수 있어 더욱 뜻깊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아데를린은 장타력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초반 장타 생산에 아쉬움을 남겼던 카스트로와 달리, 그는 장타율을 0.700~0.800대에서 유지하며 중심 타선에 확실한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단순한 '부상 대체 자원'을 넘어, 팀 공격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오픈 마인드'다. 새로운 리그와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타석에서 결과로 연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롯데전 결승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계약직으로 정규직 전환에 도전하는 아데를린 로드리게스. KIA 제공
아데를린은 "사실 오늘 안타와 타점은 감독님의 지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기 전 감독님께서 상대 팀 투수들의 유형을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은 리그에서 대단한 성적을 거뒀던 타자였기 때문에 그 조언을 새겨들었다"며 "상대 투수들이 나에게 어떤 공으로 승부할지 얘기해줬고, 그 승부대로 접근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에는 정말 많은 유형의 좋은 투수들이 있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며 "처음에는 변화구에 적응하는 게 힘들었지만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투수들의 유형은 바뀌겠지만 상대하는 마음은 똑같다. 팀의 승리를 위한 스윙만 준비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오픈 마인드로 KIA 선수단에 녹아들고 있는 아데를린 로드리게스. KIA 제공
부상 대체로 합류한 6주 계약 선수. 그러나 지금까지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단기 임시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홈런으로 시작해 결승타로 존재감을 확장한 아데를린이 KBO리그에서 또 어떤 역사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