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할 때도 유튜브를 틀어놓고, 차로 이동할 때도 계속 팟캐스트를 듣고, SNS도 많이 하면서 라이브 방송도 하고. 누가 봐도 심각한 건 맞아요.”
가요계 대표적인 ‘도파민 축제’ 공연으로 사랑받고 있는 밴드 소란이 올 봄, 전격 ‘도파민 디톡스’에 나선다. 이름하여 ‘고영배의 슴슴한 도파민 중독 치료 콘서트’, 일명 ‘고슴도치콘’이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복합문화공간 연남장에서 ‘고영배의 슴슴한 도파민 중독 치료 콘서트 고슴도치콘’(이하 고슴도치콘) 개최를 앞둔 소란 고영배를 일간스포츠가 만났다.
‘고슴도치콘’은 도파민 중독에 빠진 스스로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고영배는 “도파민 중독을 자각한 지는 좀 됐고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생방송 중 농담처럼 시작한 이야기에서 실제 공연으로 발전시키게 됐다”고 운을 떼며 “사실 콘서트는 도파민을 뿜뿜 하려 오는 건데, 발상을 뒤집어봤다. 폰도 걷고 소리도 안 지르고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레퍼런스는 ‘멍때리기 대회’나 ‘웃지 않는 생일파티’ 등에서 얻었다고. 그는 “관객들 입장에선 도파민 중독을 치료하면서도, 궁극에는 소란의 공연을 보러 오시는 거니까 재미있고 신기한 체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준비 과정에서 도파민이 터지고 있다”고 너스레 떨며 현대 사회 양날의 검과도 같은 도파민에 대한 견해를 덧붙였다.
“긴 영상을 TV로 틀어놓고도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을 보고 있다거나, 무언가를 검색하러 들어갔는데 정작 뭘 검색하러 들어갔는지 잊어버리는 걸 보면 진짜 심각한 것 같긴 한데, 또 변해가는 세상에 역행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어쨌거나 확실한 건, 집중력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으니 좀 자제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어요. 사실 우리 공연이 늘 도파민 축제였는데, 굳이 왜 이런 정반대의 것을 하려 하나 싶으실 수도 있는데, 해오던 걸 잘 해야 하는 책임도 있지만 계속 같은 것만 하면 지루하니까요. 새로운 세상에 도전해봐야 하는 책임도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지독하게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공연을 할 생각이거든요. 과연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요.”
소란은 지난해 10월 전격 1인 체제로의 변신을 발표한 뒤, 올해 초 기존 멤버들과 함께 한 마지막 콘서트 이후에도 쉼표 없는 음악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슴도치콘’에 앞서 지난 3, 4월에도 신곡 ‘사과 하나를 그려’와 ‘딜리버리’를 연달아 발매했고, 4월 1일 만우절에는 절친 십센치(권정열)와 프로젝트 앨범 ‘오늘밤은 준비된 어깨가 무서워요’를 발표하는 등 열혈 행보 중이다. 이에 대해 고영배는 “멤버들과 가능한 한 아름담게, 또 팬들이 덜 서운하게 인사한 만큼 휴식기를 오래 보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곡도 미리 준비해 놓은 만큼 부지런히 음원을 내고 있다”고 했다.
그 중 최신곡 ‘딜리버리’에 대해서는 “원래 소란이 하던 음악에 가까운 곡이다. 감성적이면서도 위트 있는 가사를 편안한 멜로디와 시티팝 리듬에 담아 봤다”고 소개했다. ‘딜리버리’는 70-80년대 AOR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시티팝 장르의 곡으로 “우리 나가지 말고 안에서 배달 시켜 먹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배달이 오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사 안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연차가 쌓여도 ‘나이 먹지 않는’ 가사의 비결을 묻자 그는 “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조금은 성숙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직관적이고 편안한 가사를 좋아하다 보니 예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자평했다.
특이점은 권정열 공동 작사라는 것. 고영배는 “워낙 친한 사이라 노래를 만드는 중간에 들려줬는데, 가사가 좀 아쉽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아예 같이 써보자고 해서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친김에 권정열과 함께 한 기발한 만우절 프로젝트에 대해 묻자 고영배는 “내용물이 확실하면, 포장은 오히려 더 이상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십센치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제가 부른 것과, 소란의 ‘준비된 어깨’를 정열이가 부른 걸 들었을 때 노래가 이상하면 노래로 장난친 게 되는데, 그렇진 않으니까요. 요즘 사람들은 재미있는 걸 좋아하고, 음악도 눈에 띄어야 듣는 거니까. 더 장난쳐도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재미있는 시도라 해도 퀄리티가 별로면 안 되죠. 공연도 마찬가지고요.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여 오시는 만큼 노래도, 공연도 무조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공연엔 자신 있으니까, 여러 시도를 이 악물고 하는 거죠.(미소)”
원맨 밴드로 팀의 외형이 달라진 뒤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즉흥성은 오히려 팀일 때가 더 높았어요. 멤버들과 있을 땐 서로가 서로의 캐리어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멤버들이 같이 있으면 바로 소리를 낼 수 있는 게 밴드니까. 특별 이벤트 공연이든 버스킹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세트리스트도 더 자유로웠죠. 함께일 때 늘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게, 혼자가 된 뒤 오히려 더 할 수 없게 된 것들이 많아요. 외부 연주자들과 함께 하려면 모든 계획이 더 철저하고 구체적으로 되어야 하는 거죠. 반면, 의견을 모을 필요가 없으니 음악 작업이나 콘텐츠 활동 등에선 가벼워진 점도 있죠. 외부 작업에 있어서도 그렇고요.”
솔로 아티스트 고영배 아닌, 소란이라는 이름을 지키기로 한 배경도 밝혔다. “원래 팀으로 할 때도 솔로 앨범 등 개별 활동의 문은 다 열려 있었어요. 소란 같지 않은 것도 다른 이름으로 할 수도 있었죠. 물론 이런 이별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소란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가져간 이유의) 첫 번째는, 소란 같지 않은 것을 할 거면 다른 이름으로 할 수 있으니까. 두 번째는, 다른 이름이 되어 소란이 하던 걸 계속 하기보다는, 소란이 혹시 색다른 걸 하더라고 기존 것도 멋지게 소화한다면 그냥 소란인 게 더 맞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또, 지키고 싶었어요. 혹시 또 계속 잘 지켜가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멤버들과 함께 하는 게 있을 수도 있고. 지켜나가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고영배는 그러면서 “소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혼자 하겠다고 한 이상, 당연히 전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음악과 활동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책임감에 얽매여 내가 낑낑거리는 걸 보고 싶어하진 않을 것 같다.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해나가는 걸 보고싶으실테니, 그래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하려 한다”고 힘 줘 말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멈추지 않아야겠단 거에요. 뭔가를 더 쉬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음원도 내고 공연도 하고 있어요. 스포츠에 비유하면 리빌딩이죠. 올해, 내년까지는 소란을 리빌딩하는 시기라 생각해요. 해왔던 것도 열심히 하고, 또 도전도 하고. 팬분들이 심심하지 않게 해드리고 싶어요.”
박세연 기자 psy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