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하트시그널5’, SBS ‘합숙맞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무엇으로 한 개인의 ‘도덕성’을 얼마나 ‘검증’할 수 있을까. 연일 ‘비연예인 리얼리티’ 예능의 출연자 리스크 사례가 잇따르며 방송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연애 리얼리티 출연자의 도덕적 검증 실패’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돼 파장이 일었다. 한 유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비연예인 출연자 A씨가 자녀를 둔 기혼남성과 교제 중이며 현재 상간 관련 손해배상 소송의 피고로 지목된 상태라는 주장과 A씨가 이를 숨기고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는 등의 의혹이 담겼다.
남녀의 실루엣이 담긴 CCTV 캡처본까지 첨부되면서, 게시글 내용의 진위여부가 확인되기도 전에 해당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누구인지 누리꾼의 추측이 빠르게 확산됐다. 결국 채널A 예능 ‘하트시그널5’ 제작진은 최신회 방영을 앞두고 “현재 일부 출연자 관련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현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출연진의 방송 방향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2017년 첫 시즌을 방영해 ‘원조 연프’ 격으로 평가받는 프랜차이즈 예능 ‘하트시그널’에서 또다시 출연자 잡음이 불거지며 ‘비연예인 리얼리티’ 예능이란 포맷의 자체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다섯 번째 시즌을 방영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하트시그널’은 크게는 음주운전 등 범죄 전력부터 작게는 사생활 구설까지, 출연자 리스크로 산전수전 시행착오를 겪으며 검증 절차를 강화해왔다.
이번 시즌5는 그 강화된 검증 절차의 집약체였다. 실제로 ‘하트시그널5’은 모든 비연예인 출연진의 학생생활기록부, 범죄 이력도 확인했으며,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과거사는 없는 지에 대해 묻는 수차례의 심층 면접과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연자 품위 유지 서약서엔 연애 금지 등 상세한 금지 조항을 담은 위약벌 조항도 존재했단 후문이다.
위와 같은 장치를 마련했다면 출연진의 논란이 ‘제작진의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선종문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이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면서 제작진이 범죄 기록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통상적인 방송 출연자에게 받는 품위 유지 서약서엔 범죄뿐 아니라, 사회의 미풍양속에 저해되는 행위에 대한 금지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어길 출연자에게 제작진은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하트시그널5’뿐 아니라 올초 SBS 연애 리얼리티 ‘합숙맞선’ 또한 일부 출연자의 사생활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하면 제작진은 당사자로부터 사실관계 확인부터 시도하지만, 이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청자의 불편과 프로그램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편집 방침을 먼저 밝힐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로 인해 논란 당사자가 특정되면서 명예훼손의 여지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딜레마도 생긴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를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제작진이 파악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판결이 나온 사건이 아닌 진행 중인 사건이라면 개인이 고지를 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며 “위약벌 조항이 있다면 논란이 발생하고 방송 측이 편집 또는 하차 결정을 내리는 것은 계약 위반에 따른 적법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가 특정되더라도 방송이 명예훼손을 하려는 목적성을 가진 것이 아니기에 해당 출연자의 사실적시를 비롯한 명예훼손도 성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 모든 절차와 조항을 뛰어넘고 발생하는 사건은 방송사도, 제작진도 사전 검증할 수 없는 그야말로 ‘양심’의 영역이다. 늘어나는 비연예인 주연 리얼리티의 검증 장치 마련만큼이나 필요한 건 자신의 양심이 시청자가 믿고 보는 프로그램의 신뢰와도 직결된다는 것을 예비 출연자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단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