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CER-WORLDCUP-POR-COD/리오넬 메시(38·인터 마이애미)_[AP=연합뉴스]
20년 동안 세계 축구는 두 남자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리오넬 메시(39·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1·포르투갈).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고,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했고, 시대를 대표하는 라이벌이 됐다.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지를 놓고 수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었다. 두 선수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상에 올랐다.
호날두는 신체 능력의 정점이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점프력, 강력한 슈팅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맨유 시절 측면 공격수였던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세계 최고의 골잡이로 진화했다. 그의 축구는 상대 골문을 향해 있었다.
반면 메시는 달랐다. 물론 드리블과 스피드도 뛰어났지만 진짜 무기는 축구 지능이었다. 어디에 공간이 생기는지,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패스를 넣어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빨리 읽었다. 메시는 골을 넣는 선수인 동시에 경기를 만드는 선수였다.
젊었을 때는 두 방식 모두 통했다. 둘은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를 양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도 비껴가지 않는다. 선수에게 가장 먼저 찾아오는 변화는 신체 능력의 저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골 세리머니 하는 메시._[EPA=연합뉴스]
메시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축구를 바꿨다. 예전처럼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지 않는다. 압박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대신 힘을 아끼며 경기를 읽는다. 결정적인 순간 가장 위험한 공간에 나타나고, 가장 정확한 선택을 한다.
17일(한국시간)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은 이를 보여준 대표적인 경기였다. 메시는 경기 내내 많은 거리를 뛰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 17분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넣었고, 후반 15분에는 문전 집중력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후반 31분에는 직접 공격을 전개한 뒤 다시 패스를 받아 해트트릭까지 완성했다.
아르헨티나의 3-0 승리. 월드컵 개인 첫 해트트릭. 그리고 월드컵 통산 16호 골.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역대 최다 득점 공동 1위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메시가 여전히 경기를 지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골만 넣은 것이 아니라 경기의 흐름 자체를 만들었다. 공을 받을 위치를 찾고, 동료들을 활용하고, 공격의 속도를 조절했다.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영향력을 보여줬다.
Portugal's Cristiano Ronaldo reacts during the World Cup Group K soccer match between Portugal and Congo in Houston, Wednesday, June 17, 2026. (AP Photo/Ashley Landis)/2026-06-18 06:59:18/ <저작권자 ⓒ 1980~202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반면 하루 뒤인 18일 열린 포르투갈과 콩고민주공화국의 경기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포르투갈은 점유율과 패스 횟수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1-1 무승부에 그쳤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골문을 벗어났다. 이날 기록한 슈팅 3개는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호날두는 비티냐, 베르나르두 실바 등 최고의 허리 자원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존심을 구겼다.
물론 호날두 역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러나 현재의 호날두는 점점 더 '마무리하는 선수'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 골이 터질 때는 여전히 위협적이지만, 골이 나오지 않는 경기에서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메시는 다르다. 골을 넣지 못해도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패스로, 움직임으로, 경기 운영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드러난다.
메시는 축구를 하는 선수로 진화했다. 호날두는 골만 집착하는 선수로 남았다. 월드컵 첫 경기에서 그 차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선수는 해트트릭과 승리로 전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른 선수는 침묵 속에 아쉬운 무승부를 받아들여야 했다.
20년 동안 세계 축구를 양분했던 두 슈퍼스타. 마지막 월드컵의 첫 장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