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미운 우리 새끼’ 방송 캡처 ‘미운 우리 새끼’를 향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일상이나 집 공개를 넘어 집의 위치와 규모, 전망 등이 주요 볼거리처럼 다뤄지며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시청자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서는 박정수의 집을 찾은 배우 김승수, 가수 김종민, 윤민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박정수는 자신의 집을 공개하며, 연인 정을영 감독을 위해 압구정동에 5층 건물을 지어줬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에 앞선 방송에서는 배우 이희준·모델 이혜정 부부의 평창동 자택, 배우 한다감의 한강뷰 2층 주택이 공개되기도 했다.
연달아 조명된 연예인의 호화 주택에 온라인상에서는 시청자의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특정 회차에 대한 일시적인 불만이 아닌, 프로그램이 본연의 색깔인 ‘관찰’을 잃어버린 채, 화려한 삶을 대리 ‘구경’시켜주는 과시형 콘텐츠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본래 ‘미우새’의 정체성이자 가장 큰 매력은 어머니들이 장성한 아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나누는 리얼리티에 있다. 혼자 사는 중년 남성들의 어설프고 인간미 넘치는 일상, 결혼과 독립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부모의 현실적인 잔소리는 시청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안겼다. 그러나 최근 취지와 무관한 출연진 구성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자산 공개가 반복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미우새’는 부모에게 걱정을 끼치는 아들들의 짠한 일상으로 공감을 유도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유복하게 사는 연예인의 한가로운 일상, 친목이 주로 나오고 있다”며 “기존 콘셉트가 강했기 때문에 거기서 멀어졌을 때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어 “기존 시청자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연예인을 보며 공감했는데, 이제는 선망의 눈길로 바라봐야 하는 장면이 많아진 셈이다. 공감대가 아닌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면서 반발이 더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MBC ‘나 혼자 산다’ 영상 캡처
예능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기준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연예인의 집이나 고가 소비를 앞세운 콘텐츠는 이제 개인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콘텐츠에도 “식상하다”, “감이 없다”는 반응이 따라붙는 만큼 과시형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은 이미 커진 상황이다. 하물며 프로그램 취지가 분명한 지상파 장수 예능에서 넓은 평수와 고급 인테리어, 이를 둘러싼 감탄만 반복된다면 비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우새’와 같은 논란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역시 출연자들의 고가의 집과 자동차,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이 반복 등장하며 ‘연예인 집 자랑, 돈 자랑’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배우 박경혜의 원룸 생활기, 아나운서 고강용의 반포장 이사 등 친근하고 평범한 일상이 그려지며 다시 호응을 얻고 있다.
‘미우새’ 역시 장수 예능인 만큼 변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그 변화가 프로그램을 오래 지켜본 시청자의 기대와 멀어지고 있다면, 처음 사랑받았던 이유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 평론가는 “제작진이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며 현재 방향성이 불편함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면 ‘미우새’도 초기 코드로 회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다시 시도했을 때 시청자 반응이 좋다면 그 방향성을 더 확실하게 가져갈 것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심하며 시청자 반응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