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 AP=연합뉴스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퀸'에 오른 유해란(25)의 공엔 숫자 '62'가 새겨져 있었다. 자신의 18홀 최소타 기록인 '62타'를 기념한 공이다. 유해란은 그 '62번 공'으로 62년 만의 진기록을 세우며 '평행이론'을 완성했다.
유해란은 29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 윤이나(11언더파 277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이 우승으로 시즌 첫 승이자 LPGA 통산 4승을 달성한 유해란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다. 2023년 LPGA 신인상 수상 이후 매년 1승씩 올린 그에게 메이저 대회 우승은 처음이었다.
10타 차를 차근차근 따라잡았다. 1라운드 73타로 당시 선두였던 윤이나에게 10타 뒤진 공동 70위로 출발한 유해란은 2라운드 8언더파, 3라운드 4언더파에 이어 최종 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리더보드 최상단으로 도약했다.
유해란_[AFP=연합뉴스]
이로써 유해란은 1964년 웨스턴 오픈에서 캐럴 만(미국)이 작성한 메이저 대회 1라운드 종료 기준으로 최다 타수 차 역전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62년 만에 부활한 진기록이었다.
유해란의 테일러메이드 TP5 골프공에 적힌 '62'는 2024년 FM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작성한 개인 18홀 최소타를 상징한다. 자신의 가장 완벽했던 플레이를 뜻하는 숫자 '62'와 골프 역사에 남긴 '62년' 만의 대기록이 절묘한 교집합을 이룬 것이다.
그간 유해란에게는 '뒷심 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르곤 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권에 머물다 우승을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크로거 퀸시티 대회에서도 그는 2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부상 여파로 US여자오픈을 기권한 채 귀국하기도 했다.
'62'가 새겨진 유해란의 골프공. 사진=프레드/테일러메이드 제공
6주 휴식 후 복귀한 이번 대회에서는 오히려 뒷심이 빛났다. 4라운드 전반에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맞바꾸며 잠시 선두를 내줬지만, 후반 들어 버디 2개와 더불어 나머지 7개 홀을 모두 파로 막아내며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이뤄냈다.
"너의 샷과 캐디, 그리고 코스 위의 너를 믿어라"라는 코치의 조언을 되새긴 유해란은 압박감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윤승재 기자 yogiyoon@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