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한국 축구 정상화를 위해 추진하는 청문회의 증인 채택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오는 22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의결했다. 여기에 정몽규 전 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등 총 13명이 증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의아한 건 참고인 명단이다. 의원들은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뛰고 온 손흥민, 황희찬을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대표팀과 해외리그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들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몽규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감독 등 대한축구협회 리더십이 문제된 가운데, 선수들에게서 무슨 말을 들을 수 있겠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대표팀이 졸전 끝에 32강전에서 탈락한 뒤 여러 잡음이 나왔다. 이 중 하나가 '선수단 내분' 루머다. 미국 솔트레이크에서 전지훈련을 할 때부터 손흥민과 일부 선수들이 현장 인터뷰 등으로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의 무능과 무책임, 그리고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들여다 보는 청문회에서 따질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선수단의 갈등이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다. 게다가 이게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가 아직 없다. 오히려 무능한 리더십을 선수단 탓으로 돌리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여기에 '셀럽'을 국회에 불러 이슈를 키우려는 일부 의원들의 욕심이 더해진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청문회 기간 선수들을 국회에 부르기에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 월드컵을 마친 손흥민은 이제 소속팀인 로스앤젤레스FC(LAFC)로 복를 앞두고 있다. LAFC는 오는 18일 라이벌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출전 시킬 계획이다. 23일에는 레알 솔트레이크와 경기한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소속인 황희찬도 비슷한 처지다. 프리시즌을 앞두고 있어 시간을 내기 어렵다.
2일 귀국하는 황희찬. 연합뉴스 선수가 꼭 소명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꼭 참석해야 한다면 참고인으로 나설 명분이 있다. 그러나 국회 의원들은 청문회의 '사이즈'를 키우기 위해 선수들까지 부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 스포츠계가 황당해 하는 건 물론, 일본 매체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과거 국회에서는 스포츠 스타를 여러 번 불렀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 문제를 확인하겠다며 외국인 선수 제시 린가드를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린가드가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출석이 무산됐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소란 속에서 국회 청문회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쇄신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왼쪽)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한편, 증인으로 채택된 홍명보 전 감독은 지난 9일 홍명보장학재단을 통해 "청문회가 열린다면 그 자리는 월드컵 결과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설명을 드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감독인 내가 그 자리에 서야 한다. 청문회에서도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 역시 끝까지 내가 감당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