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해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두 번째 우승. 신지은(34·한화큐셀)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부터 떠올렸다. 모두가 낯선 세상을 살아내던 때, 방황하던 자신에게 신지은은 이렇게 말했다. "계속 힘들어해도 돼.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
신지은은 지난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2016년 5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뒤 10년 2개월 만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0년 동안 무관을 버티는 과정에서 신지은에게도 여러 위기가 있었다.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펜데믹이 특히 그랬다. 이동이 제한되고, 대회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골프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그러자 열정도 함께 줄었다. 그는 "6개월간 직업이 없는 상태로 지냈다. 프로골퍼가 아닌 삶을 경험했는데, 내가 잘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지 못한다는 게 정말 괴로웠다"며 "목표나 동기가 뭔지 알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신지은은 발버둥을 쳤다. 집에서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 등)하며 지내다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취중 라이브'를 하는 등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한 와인 브랜드와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 출연했던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경기를 너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신지은. AP=연합뉴스
'골프 선수가 아닌 삶'을 힘들어했던 그가 다시 골프를 치게 되자 모든 게 달라졌다.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면서 꾸준히 톱10에 진입했다. 그리고 결국 두 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다.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를 5개나 범한 것이다. 신지은은 "제가 차분해질 수 있게 캐디(셰인 코드)가 정말 잘 도와준다. '나 지금 패닉인데 어쩌지?'라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셰인이 '나만 봐. 공을 보고, 이번 주 해온 대로 해'라고 말해준 덕에 끝까지 잘해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은 신지은은 "나는 스스로를 믿지 못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묵묵히 나를 기다리고 믿어줬는지 실감 나서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힘들었을 때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계속 힘들어하고, 계속 나아가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다고 세상이 끝난 건 아니니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