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지난해 4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공식 개관식에서 기념사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가 천안축구종합센터로 인한 재정 부담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총회 회의록 공시 항목을 삭제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는 반대 없이 개정안을 검토한 거로 알려졌다.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이같은 사실을 밝혔다.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024년 1월 31일 대한체육회에 정관 개정 협의요청안을 제출했다. 이 개정안에는 경영공시를 규정한 정관 제86조에서 '이사회 및 총회 회의록' 공시 항목을 전부 삭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김 의원실은 이 시점이 협회의 재정 부담이 본격적으로 불어나던 때와 겹친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실은 "축구협회의 회계 감사보고서 운영성과표를 대조한 결과, 협회의 이자비용은 4년간(2020~23) 1억 96만 원으로 동일했다가 2024년 1억 2201만원, 2025년 17억 8665만원(전년 대비 약 14.6배)으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개정안이 제출된 2024년 1월은 이자비용이 막 오르기 시작한 시점과 겹친다"라고 짚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4년 6월 21일 해당 개정안을 불허가 처분했다. 사유는 "회의록 삭제가 협회 투명성 확보와 국민의 알 권리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같은 해 9월 4일에는 "이사회 및 총회 회의록 등 일부 공시항목 대외 미공개"를 사유로 정관 위반사항 시정권고까지 내렸다. 김 의원실은 "개정 시도가 불허가로 막혔는지와 무관하게 협회가 실제로는 이미 해당 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또 김 의원실 측 관계자는 "파주 NFC 철수에 따라 관련 정관 개정이 반드시 필요했던 시점인데, 해당 시점(2024년 1월)에 이는 누락하고 경영공시 항목을 줄이려고 시도했다"고 주목했다.
한편 정관 개정의 1차 검토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이 개정안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거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은 "체육회는 당시 개정안에 대해 내용상 수정 의견 없이 개정 일자 수정만 검토 의견으로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 항목을 통째로 삭제하는 내용에 대해 실질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실이 축구협회에 정관 개정안에 대해 문의한 결과 "2024년 1월 31일 개정 의결사항은 최종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승인되지 않아 반영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정관 개정 배경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기록상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며, 관련 업무를 전속 담당했던 사내 변호사는 퇴사한 상태"라면서 "명쾌한 답변을 못 드리는 점 양해를 구한다"라고 답한 거로 알려졌다. 김 의원실은 "왜 회의록 공시 조항을 삭제하려했는지에 대한 협회 차원의 설명은 나오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의원은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바로 그 시기에 협회가 감시의 창을 좁히려 한 시도 자체가 문제인데, 1차 관리·감독 기관인 체육회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이를 통과시키려 했다. 정작 협회는 '기록이 없다' '담당자가 퇴사했다'는 말로 설명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 문체부가 아니었다면 회의록 공시는 정관상으로도 사라질 뻔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