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엔조 마레스카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내기 약 4시간 전부터 입국장 앞은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하나둘 채워졌다. 선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온 팬, 환영 현수막을 제작해 온 팬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명당'을 선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연령대는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손에는 사인을 받을 펜과 유니폼을 들고 있었고,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선수단이 예정보다 약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입국장 문이 열리기를 묵묵히 기다리다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으로 반겼다.
"필!" "오스카!" "엔조!"
맨시티 팬 크리에이터 함정민 씨. 코리안시티보이 SNS 맨시티 팬 유튜브 채널 '코리안시티보이'를 운영하는 함정민 씨는 선수는 물론 새 사령탑 마레스카 감독의 이름까지 한 명 한 명 빠짐없이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선수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순간에도 휴대전화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함 씨는 "3년 전에도 한국에 왔을 때는 경기장에서 봤지만 공항까지 와서 기다린 건 처음"이라며 "사인보다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영상으로 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웃었다.
이번 방한에는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골든볼 수상자 로드리가 동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함 씨의 기대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는 "새 감독이 기존 선수들과 어떤 축구를 보여줄지가 가장 궁금하다"며 "오히려 어린 선수들이 실제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맨시티 팬 크리에이터 함정민 씨. 코리안시티보이 SNS 함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이제 같은 팀을 좋아하는 팬들과 소통하는 공간이 됐다. 그는 "주변에 맨시티 팬이 한 명도 없었다. '분명 많을 텐데 왜 내 주변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채널을 만들었다"며 "지금은 많은 팬들을 만나 같이 응원하는 게 가장 즐겁다"고 말했다.
'여자친구는 여러 번 바뀌어도 맨시티는 늘 곁에 있었다'고 말할 정도로 팀을 향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맨시티만큼 한국에 진심인 해외 구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수가 없음에도 팬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와 마케팅을 준비하는 게 느껴진다"며 "국내 축구팬들이 맨체스터 시티를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팬이 더 많이 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찐팬' 임창섭 씨가 선수단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사인을 받기 위한 유니폼 다섯 벌과 필 포든,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전하고 싶었던 손편지가 들려 있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선수단이 입국장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선수단 대부분이 빠르게 지나갔다. 다만 돈나룸마는 일부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며 발걸음을 멈췄고, 임 씨도 바로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경호 인력에 가로막혀 끝내 손편지를 건네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맨시티를 향한 그의 애정은 곳곳에서 묻어났다. 손목에는 맨시티가 새겨진 하늘색 비즈 팔찌가 채워져 있었고, 기자에게도 "기념으로 하나 가져가세요"라며 같은 팔찌를 선물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 투어에 다녀온 임창섭 씨. 본인 제공 임 씨는 "얼굴만 봐도 좋다. 영국에 가는 것보다 훨씬 가깝다"며 "(맨시티 선수단이) 한국에 와준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홍콩 프리시즌에서는 결과가 아쉬웠는데 한국에서는 새 출발을 잘했으면 좋겠다"며 "유스 선수들도, 기존 선수들도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