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열린 WWE 섬머슬램 1일 차 경기에서 마지막 경기를 펼친 브록 레스너(왼쪽)가 자신을 이긴 오바 페미(오른쪽)의 팔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WWE
"WWE(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의 미래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신을 이기고 링을 떠나려던 '신인급' 오바 페미를 브록 레스너가 불러 세웠다. 마이크를 잡은 레스너는 자신을 가리키며 "여기는 과거"라고 말한 뒤, 페미를 가리키며 "여기는 미래"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는 페미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를 축하했다. 그렇게 레스너의 마지막 프로레슬링 무대가 막을 내렸다.
레스너는 지난 4일(한국시간) ESPN의 '더 팻 맥아피 쇼'에 출연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일 미국 미네소타에서 열린 '섬머슬램 2026' 1일 차 메인이벤트, 페미와의 헬 인 어 셀 매치 패배 이후 사흘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었다. 레스너는 방송에서 "나는 오늘 전 세계에 내가 은퇴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왔다. 모두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라며 "토요일은 내게 아주 감정적인 날이었다"라고 전했다.
레스너는 앞서 지난 4월 열린 레슬매니아에서 페미에게 4분 44초 만에 패한 뒤,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장갑과 부츠를 링 위에 올려놓으며 은퇴를 암시한 바 있다. 레슬매니아를 끝으로 링을 떠난 줄 알았던 레스너는 5월 깜짝 복귀해 페미에게 설욕했다. 나란히 1승 1패를 나눠 가진 두 선수는 8월 섬머슬램에서 마지막 맞대결을 예고했고, 철창 안에서 진행되는 헬 인 어 셀 매치를 통해 '괴수 대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1일 열린 WWE 섬머슬램 1일 차 경기에서 브록 레스너(오른쪽)가 언더테이커의 시그니처 핀을 하고 있다. 사진=WWE 이날 경기 도중 레스너는 페미에게 자신의 피니셔인 F-5를 시도하려다 자세를 고쳐 잡고 언더테이커의 툼스톤 파일드라이버를 시전했다. 이어 언더테이커의 시그니처 핀으로 연결했으나 페미의 킥아웃에 막혔다. 이는 과거 2014년, 자신의 레슬매니아 21연승 무패 행진을 마감하면서까지 후배 레스너의 위상을 높여준 언더테이커를 향한 헌사였다. 언더테이커가 자신에게 그랬듯, 이번엔 자신이 후배 페미를 위해 패배를 감수하며 명확한 세대교체를 알렸다.
2002년 WWE에 데뷔한 레스너는 그해 여름 섬머슬램에서 최연소 WWE 챔피언에 오르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2004년 골드버그와의 레슬매니아 경기를 끝으로 잠시 링을 떠났던 그는 종합격투기 무대로 진출해 UFC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금지 약물 적발 논란 이후 2012년 WWE로 복귀한 그는 '수플렉스 시티' 기믹으로 활약했으며, 특히 2014년 레슬매니아 30에서는 언더테이커의 무패 행진을 저지하며 프로레슬링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파트타임 레슬러로 활동하던 레스너는 2025년 코디 로즈와의 대립, 서바이벌 시리즈 워 게임즈 참가, 존 시나 은퇴 투어 승리 등 파워하우스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으나, 페미와의 3연전에서 후배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긴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