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광’ 스틸 / 사진=플레이그램·콘텐츠지오 제공
끝내 서로를 놓지 못하는 이들의 감정은 때때로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배우 류승룡이 치열하고도 절절한 연기로 이를 증명한다.
영화 ‘비광’은 정점의 삶을 구가하던 야구 간판스타 중구(류승룡)와 톱스타 남미(하지원) 부부 앞에 7살 소녀 동주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차마 동주를 외면할 수 없었던 아빠 중구와 아이의 존재만으로 상처받은 남미는 갈등 끝에 파경을 맞고, 부부는 함께 추락한다. 이들이 재회하는 건 그로부터 8년 후, 동주(김시아)가 우림천 여중생 사망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중구와 가족들은 벼랑 끝에 몰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남미는 그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비광’은 이지원 감독이 ‘미쓰백’(2018)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다. 전작에서 상처 입은 인물들의 연대를 들여다보며 또 다른 형태의 모성을 보여줬던 이 감독은 부성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 감독은 이번에도 혈연이나 역할을 넘어,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으며 만들어지는 관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족의 또 다른 의미를 길어 올린다.
영화적 허용을 넘어 동화적으로 느껴지는 몇몇 설정은 부녀를 둘러싼 또 다른 가족의 풍경으로 상쇄한다. 서로를 연민하고 이해하거나 혹은 지긋지긋하게 얽혀 있는 여러 형태의 관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오가는 이들 간 눅진한 감정과 애틋하면서도 위태로운 결속은 영화의 정서를 한층 짙게 만든다.
‘비광’ 스틸 / 사진=플레이그램·콘텐츠지오 제공
가족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휴먼 드라마가 아닌 누아르 장르를 취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카메라는 동주 앞에 놓인 거대한 파국을 좇으며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이 감독은 이 과정에서 사회적 편견과 부패한 언론, 정재계와 연예계를 관통하는 추악한 카르텔, 기득권의 민낯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다만 다루고자 하는 메시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시선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다. 여러 갈래로 뻗어간 이야기를 한꺼번에 수렴시키려다 보니 후반부 인물들의 행동과 사건 전개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는 건 류승룡의 열연이다. 류승룡은 중구의 거칠고 투박한 부성을 설득력 있게 밀어붙인다. 딸 앞에서는 한없이 서툴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체면과 자존심마저 내던지는 남자의 절박함을 몸짓과 표정에 눌러 담아 관객을 손쉽게 울린다. 여기에 하지원과 김시아를 비롯해 김해숙, 김선영, 김영민, 유재명 등 배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이야기를 받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