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은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 호투로 팀의 15-2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원태인은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달성과 함께 시즌 7승째를 수확했다.
이날 호투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그의 '미소'였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원태인은 언제부턴가 마운드 위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포효와 미소를 자제하며 감정을 스스로 억누른 측면도 있지만, 계속되는 성적 부진에 웃을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답답한 마음에 사주까지 봤다는 그는 운세가 풀릴 것이라던 후반기에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투구 내용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날이 잦았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지난 7월 31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과 폭염 브레이크 직후 열린 8월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이 대표적이었다. 롯데전에서 원태인은 6회까지 3실점하며 QS 요건을 채웠으나 7회 3점을 추가로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KIA전에선 브레이크 기간 동안 세밀하게 경기 계획을 세웠던 포수 김도환이 강민호로 조기 교체되면서 볼 배합이 꼬였고, 결국 5⅔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원태인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졌다.
그 무렵, 원태인에게 뜻밖의 연락이 왔다. 현재 롯데에서 뛰고 있는 '친한 형' 최충연이 보낸 문자였다.
7월 말 부산 원정 중 반가운 연락을 받은 원태인은 최충연으로부터 뜬금없는 '5년 전 이야기'를 들었다. 원태인이 14승을 거뒀던 2021년을 상기시킨 그는 "처음 10승을 하던 때를 떠올려 보라"고 조언했다.
삼성 당시 최충연과 원태인. 삼성 제공
"그때 제가 마운드에서 자신감이 엄청 넘쳐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아우라도 있고, 포스도 있고, 여유도 있고. 어떤 팀, 어떤 타자를 만나든 '내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는데, 지금은 부담감과 압박감을 홀로 다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한 번쯤은 그때의 너로 돌아가서 다 내려놓고 던져보라', '네가 다시 행복하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친한 형의 진심 어린 조언에 원태인도 잠시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처음 10승 고지를 밟고 싶을 땐 '더 빨리, 더 많이 마운드에 올라 1승이라도 더 하고 싶다'는 열망뿐이었다.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반드시 1승을 해야 한다',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커졌다"며 "충연이 형의 말을 듣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예전처럼 다시 재미있게 야구를 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물론 다짐처럼 곧바로 반등이 이뤄지진 않았다. 13일 광주 KIA전에서도 부진하며 고개를 숙였다. 당시 팀은 9-8로 역전승을 거뒀지만, 원태인은 아쉬움과 자책감에 웃지 못했다.
삼성 원태인. 삼성 제공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베테랑 강민호였다. 이날 강민호는 3회 대타로 나서 홈런을 포함해 2타수 1안타 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다만, 원태인의 승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안고 있었다. 당시 원태인은 김도환과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으나, 강민호와 호흡을 맞춘 4~6회 동안 6점을 내준 터였다.
경기가 끝난 후, 굳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원태인의 손을 강민호가 꼭 잡고 이끌었다. 원태인은 "민호 형이 미안한 마음에 내 손을 잡고 다가온 것 같다. 경기 후 장문의 문자도 보내주셨다"며 형의 진심 덕분에 무거운 마음을 털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진심은 결국 통했다. 원태인은 2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7이닝 3실점(QS+)을 기록한 데 이어, 27일 키움전에서도 6이닝 2실점(QS)으로 호투하며 완벽한 반등에 성공했다. 실력과 함께 잃어버렸던 미소도 돌아왔다. 마운드에 오를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5년 전의 모습을 되찾은 그는 "그라운드에 풀어놓은 개처럼, 다시 신나고 재미있게 던져보겠다"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