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순간 홈런인 줄 알았다. 다행히 펜스까지 공이 가지는 않았지만, 중견수 뒤쪽의 외야 깊숙한 곳으로 뻗어갔다. 그 때, 중견수 최원준이 펄쩍 날았다. 환상적인 점프 캐치로 공을 낚아챈 걸 본 선발 고영표는 '아, 오늘 경기 잘 풀리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KT는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KT는 2연승을 달렸다. 특히 1위 삼성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격차를 0.5경기로 좁혔다.
KT 선발 고영표의 호투가 빛났다. 고영표는 7이닝 동안 97구 4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이날 고영표는 최고 141km의 빠르지 않은 투심 패스트볼과 춤추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삼성 타선을 무력화했다.
KT 고영표. KT 제공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1·2위 싸움이라 초반에 경기를 잘 이끌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컸다. 직전 삼성전(6월 28일)에서 5실점(6이닝)으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더 긴장을 했는데, 마운드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다 보니 경기 중엔 긴장감이 많이 떨어졌다"라고 돌아봤다.
특히 "수비에서 상대 흐름을 잘 끊어준 덕분에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졌다"라고 돌아봤다.
2회 중견수 최원준의 호수비가 결정적이었다. 고영표가 디아즈에게 던진 초구 140km/h 투심 패스트볼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정타를 허용했다. 장타가 될 수 있는 공이었는데, 최원준이 이를 잘 낚아챘다.
고영표는 "디아즈가 정타이밍에 너무 잘 쳤다. 맞는 순간 펜스를 넘어갈 거라 생각했다. 다행히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진 않고) 외야 깊은 코스로 갔는데, 펜스 앞에서 최원준이 그걸 낚아채는 걸 보고 오늘 경기가 잘 풀리겠다고 생각했다. 호수비가 흐름을 딱 끊어줘서 긍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며 최원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9일 경기 후 만난 KT 고영표. 대구=윤승재 기자
알고 보니 이날 최원준은 감기 몸살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걸로 알려졌다. 이에 고영표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누가 아픈지, 몸 상태가 안 좋은지는 잘 몰랐다. 그럼에도 그런 투혼을 발휘해 줬다는 건, 우리 선수들이 지금 경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라며 감탄했다.
고영표의 호투로 KT는 다시 우승 경쟁에 불을 지폈다. 고영표는 "계약 기간 동안 꼭 한 번 더 우승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