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주전쟁' 감독 해고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 광화문 필원에서 열렸다. 최윤진 감독이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2025.06.26/
법원이 ‘심해’ 시나리오를 단순 복제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가운데, 판결을 둘러싼 양측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김우진)는 지난달 20일 시나리오 작가 김기용 씨가 최윤진 작가와 영화사꽃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관련 소송 항소심에서 최 작가가 집필한 영화 ‘심해’ 시나리오를 김 작가 시나리오의 단순 복제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작가의 시나리오에 의거해 작성된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으며, 김 작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고 저작권 등록 및 배포한 행위에 대해서는 성명표시권 침해를 인정해 4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최 작가가 기존 시나리오의 등장인물 성격과 관계, 사건 전개 등에 변화를 주고 새로운 대사와 장면을 추가하는 등 일정한 창작성을 부가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작가의 시나리오를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으며 단순 복제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작가가 작성한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가 최 작가의 시나리오 작성에 바탕이 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김 작가가 주장한 작가계약 및 해지합의의 무효 주장과 저작재산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관련 저작재산권이 계약에 따라 영화사꽃에 양도됐다고 봤다.
성명표시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재판부는 최 작가가 김 작가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채 자신을 단독 각본가로 저작권 등록하고 이를 배포한 행위가 김 작가의 성명표시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저작권 등록 말소 청구는 최 작가가 항소심 진행 중 스스로 등록을 말소해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양측의 해석은 엇갈렸다. 최 작가 측은 항소심에서 자신의 시나리오에 새로운 창작성이 인정돼 단순 복제물이 아닌 독립된 저작물로 판단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성명표시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향후 영화가 제작·개봉될 경우 김 작가의 이름을 각본가로 표기할 예정이었다는 점 등을 들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과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최 작가 측의 해석에 반박했다. 이들은 항소심이 최 작가의 시나리오를 김 작가의 시나리오에 의거한 2차적 저작물로 판단한 것이 핵심이라며, 최 작가 측이 판결문의 일부 문구만을 강조해 마치 김 작가의 시나리오와 무관한 독립 저작물로 인정받은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판부가 성명표시권 침해를 명확히 인정했다며, 최 작가 측이 이를 단순한 과실에 따른 일부 인정으로 해석하는 것도 판결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김 작가 측은 이번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2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따라 트리트먼트와 시나리오의 저작권 귀속 및 2차적 저작물 판단 등을 둘러싼 양측의 법적 공방은 대법원에서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