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는 요즘, 뭘 봐야 할지 모를 때 다들 있죠? ‘김지혜의 별(★)튜브’가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별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육투구’ SNS 캡처
생선 구우면서 문을 열어두고, 복도가 제 집인 양 다마신 생수병을 내다 놓는다. 주차선 2칸 차지는 기본에 라면 봉지를 뜯어 한 개만 쏘옥 빼간다. 쿠팡 프레시 백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건 예사, 쇼핑 카트는 제자리에 안 갖다 놓기 일쑤며 우산은 꼭 공유 공간인 복도에 넓게 펼쳐 말린다.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는 진상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직면해 봤을, 지독한 ‘일상의 빌런’들이다. 사진=‘육투구’ 유튜브 캡처 구독자 15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육투구’는 이 하찮고도 빡빡한 진상들을 마치 거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미장센처럼 풀어낸다. 인물들의 서늘한 모놀로그(독백), 특유의 차가운 푸르스름한 톤 앤 매너, 그리고 긴장감을 쥐어짜는 웅장한 디제시스·비디제시스 음악. 놀란의 대표작 ‘인터스텔라’나 ‘오디세이’ 사이 어딘가를 어설프게 오마주하는 톤 앤 매너다. 단, 의도만 그럴듯할 뿐 연출의 완성도까지 닮진 않았다. 철저히 계산된 ‘B급 디테일’이기에 시청자들의 ‘킹받음’은 배가된다. 제목마저 감독의 이름을 유쾌하게 패러디한 ‘거의 크리스토퍼 논란’이다.
이들 숏폼 콘텐츠 중 단연 돋보이는 모티프는 일명 ‘방지턱 아저씨’라 불리는 영상(‘쿵 할게요’)이다. 오프닝은 지극히 평범하다. 택배 기사가 과속방지턱을 발견하곤 “방지턱이 있네”라며 덜컹거린다. 잠시 뒤 신호 대기 중인 그가 발견한 건, 보행 신호가 켜졌음에도 뛰기는커녕 스마트폰을 보며 자박자박 횡단보도를 점거한 ‘민폐 보행자’. 화면은 즉시 차 안의 택배 기사 시점으로 전환되고, 마치 방지턱을 밟고 넘어가듯 차량이 울렁인다. 유유자적 읊조리는 콧노래와 갸륵한 미소는 이 서사의 킬링 포인트다. 사진=‘육투구’ 유튜브 캡처 이후에도 킥보드 하나에 2인 1조로 탑승한 위험천만한 고등학생,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운 채 수다를 떠는 운전자, 공용 주차장에 몸으로 자리를 선점한 여성 등 우후죽순 ‘빌런’들이 등장한다. 그럴 때마다 ‘육투구’는 이들을 인간 방지턱 삼아 밟고 넘어가는 듯한 파격적인 가상 처벌을 감행한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1476만 회, 좋아요 23만 개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밈(Meme)으로 소비되고 있다.
7000개가 넘는 댓글 중 가장 압도적인 공감을 얻은 반응은 “은근히 힐링된다”는 평이다. ‘육투구’는 미시적인 일상의 불쾌감을 서사적 코미디로 승화시키며, 법의 테두리 밖에서 시원한 ‘대리 사적 제재’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외에도 숏폼 씬(Scene)에서 보기 드문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즐비하다. 영화 같은 비극적 이별을 꿈꾸지만 이마에 파리가 앉거나 대사마다 삑사리가 나며 슬랩스틱으로 전락하는 이별 시리즈, 남자친구가 차로 데리러 오면 미리 커피까지 사들고 대기하는 완벽한 여자친구를 ‘AI’라는 미학으로 비틀어낸 편, 식탐 때문에 이별 당하지만 정작 본인만 이유를 모르는 시리즈, 의도적인 엇박자 편집점을 활용한 드라마 패러디까지. 최근 유튜브 생태계의 스케치 코미디 중 가히 ‘차세대 게임 체인저’라 불릴 만하다.
남녀 배우 간의 독보적인 케미스트리와 연기력, 군더더기 없는 템포감의 영상 편집, 그리고 확실한 임팩트까지. 만약 당신이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선점하는 ‘저점 매수’의 혜안을 가진 시청자라면 지금이 바로 ‘육투구’에 입덕할 적기다. ‘띱’, ‘숏박스’의 계보를 이어 100만 대형 유튜버로 도약할 또 하나의 웰메이드 채널이 눈앞에 서 있다. 사진=‘육투구’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