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무엑터스 제공
연기가 자욱한 고깃집에서 환풍기를 ‘탁’ 튼 기분이다.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공기가 탁하면 손님들은 눈이 따갑거나 기침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적절한 환기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법인데, tvN 토일 드라마 ‘포핸즈’ 역시 마찬가지다. 배우 장규리를 여자 주인공으로 투입해 적재적소에서 ‘환기’를 시키고 있다.
‘포핸즈’는 음악 천재들만 모인 예술고등학교에서 만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경쟁과 성장을 그리는 드라마다. 지난 13일 방송에서 7.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를 경신, 펀덱스 TV-OTT 부문에서도 꾸준히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핫한 드라마로 부상했다.
여기서 장규리는 비올리스트 홍재인 역을 맡았다. 타고난 ‘귀’ 감각 덕분에 천재 피아니스트 최정요(이준영)를 일찌감치 알아보고, 특유의 ‘햇살’ 같은 성격으로 예민한 피아니스트 강비오(송강)마저 활짝 웃게만든다. 매력적인 캐릭터지만 사실 ‘포핸즈’에서 장규리의 비중은 크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워낙 도파민 터지는 소재들이 많아 처음에는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포핸즈’가 다루는 것들은 대략 이렇다. 17살 때부터 이어진 비오와 정요의 우정과 질투, 그리고 경쟁.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의 탐욕, 비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할아버지 강승운(정진영)과 묘하게 쎄한 그의 새 아내 윤선주(서재희), 아들을 자신의 트로피처럼 여기는 비오의 극성 엄마 강지혜(윤세아)까지. 나열만 했을 뿐인데 머리가 지끈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을 ‘포핸즈’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정병(정신병의 줄임말) 드라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지독하게 얽혀 있는 서사 속에서 장규리가 다소 묻힐 수는 있어도,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은 확실하다. 부잣집 외동딸 같은 통통 튀는 표정과 목소리 톤, 특히 17살 때부터 비오를 짝사랑하면서도 자격지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성격 덕분에 일방적인 사랑도 마냥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장규리 보면 볼수록 귀엽다”, “버석까칠 두 남주 사이 피어난 햇살 강쥐”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장규리는 재인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 일단 목소리 톤부터 높였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는 다소 걸걸한 말투와 털털한 성격으로 ‘규리 형’이라 불리지만, ‘포핸즈’에서는 영락없는 ‘규리 언니’다.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는 낮은 목소리 탓에 일부 대사의 발음이 뭉개져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층 높아진 목소리 톤이 오히려 대사 전달력을 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극중 성인이 된 후에는 재인의 목소리 톤을 전보나 낮게 잡았다. 하지만 밝은 성격은 그대로다. 비오의 매니저가 되며 제대로 ‘덕업일치’에 성공한 재인의 모습도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그려낸다. 젖살이 빠질 때로 빠져 어떤 의상을 입어도 한층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규리의 비주얼을 구경하는 맛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