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집 전체를 고치는 대신 필요한 공간만 새롭게 꾸미는 부분 리모델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사 범위를 줄여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다만 시공 면적이 작아도 자재와 디자인을 일일이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해 전문가가 미리 구성한 ‘공간 패키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활서비스 플랫폼 숨고가 발표한 ‘실속형 부분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르면 부분 인테리어 서비스 요청 건수는 2021년 93만4,228건에서 2025년 175만7,804건으로 88.2% 증가했다. 부분 인테리어를 선택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57.6%가 ‘비용 최소화’를 꼽았고, ‘문제가 있는 공간만 선택적으로 수리하기 위해서’라는 응답도 27.5%에 달했다.
이사 수요 감소도 기존 주거 공간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구 이동자 수는 611만8,000명으로 1974년 530만명 이후 5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공사 범위를 줄인다고 자재 선택까지 간단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바닥재만 해도 강마루와 PVC 바닥재, 타일 등 소재부터 색상과 두께까지 고려해야 한다. 벽지와 중문, 주방 상판 등 공간별 자재 선택도 필요하다. 새로 시공하는 공간과 기존 인테리어의 조화까지 따져야 하는 만큼 소비자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 전문가이자 유튜브 채널 ‘인테리어 조아’를 운영하는 김정은 대표도 이러한 ‘선택 피로’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KCC글라스 공식 유튜브 채널의 ‘인테리어 내부자들’ 영상에 출연해 다양한 자재와 디자인을 비교해야 하는 부담이 소비자의 주요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가구는 교체가 가능하지만 바닥과 벽지, 천장 등은 철거와 재시공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며 시공 초기 단계에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전문가가 미리 구성한 자재와 디자인 조합을 제공하는 공간 단위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가 수많은 제품을 일일이 비교하는 대신 검토된 조합 가운데 취향과 예산에 맞는 구성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KCC글라스의 인테리어 전문 브랜드 ‘홈씨씨’가 선보인 ‘홈씨씨 공간 패키지’다. 현관과 거실, 주방, 침실, 욕실 등 5개 공간 가운데 필요한 곳만 선택해 시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공간별로 전문가가 엄선한 디자인과 자재를 조합해 선택 부담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은 차분하고 세련된 도시적 분위기의 ‘모던 시크(Modern Chic)’와 자연 소재의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을 살린 ‘코지 내추럴(Cozy Natural)’ 등 두 가지 스타일을 기본으로 한다. 소비자는 원하는 스타일을 고른 뒤 예산과 취향에 따라 자재 옵션을 조정할 수 있다.
거실 패키지는 타일 디자인 강마루 ‘숲 강마루 스톤’과 반려동물 친화 PVC 바닥재 ‘숲 도담’ 등 가족 구성과 생활 방식에 맞는 바닥재를 선택할 수 있다. 프리미엄 세라믹 타일 ‘센스톤 울트라’를 활용한 아트월 시공도 가능하다.
주방은 이음새를 최소화한 심리스(Seamless) 디자인을 바탕으로 로봇청소기 수납장 등 실용적인 맞춤형 설계를 적용했다. 현관은 중문과 포세린 타일, 침실은 바닥재와 조화를 이루는 실크벽지 등으로 구성된다. 욕실에는 시공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패널 시공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영상에서 홈씨씨 공간 패키지를 두고 “공간별로 힘을 줄 곳과 주지 않을 곳을 구분해 효율을 높인 인테리어계 ETF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가 검토한 자재 조합을 활용하면서도 소비자가 예산과 취향에 맞게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부분 리모델링 시장을 겨냥한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한샘은 기존 집에 거주하면서 필요한 공간을 개선하는 ‘스테이모델링(Stay+Remodeling)’을 제안하며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규격화된 모듈 자재와 표준화된 공정을 활용해 욕실 공사를 이틀 안에 마칠 수 있도록 한 ‘이지바스’도 운영 중이다.
현대리바트는 자녀의 성장 단계에 맞춰 방을 꾸밀 수 있는 공간 맞춤형 패키지 ‘더룸(THE ROOM)’을 선보였다. 초등학생 방은 ‘미니도서관’, 중·고등학생 방은 ‘스터디카페’ 콘셉트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LX하우시스는 기존 창호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는 ‘원데이 시공’을 앞세워 부분 리모델링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철거부터 새 창호 설치까지 하루 만에 마치는 방식으로 공사 기간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이용우 기자 nt1pr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