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박승우(32·광주광역시청)는 마냥 웃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사대 안팎에서 그림자처럼 손발이 돼준 경기 보조인(로더) 류영희 씨와 함께하는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다.
박승우는 20일 일본 아이치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PG) 사격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스포츠등급 SH2) 결선에서 233.9점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 동메달에 이은 이틀 연속 시상대 진입이었지만,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승우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는 "스스로 주 종목으로 여겨 온 복사 종목에서 금메달을 놓쳐 시원섭섭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아쉬움의 무게가 남달랐던 이유는 편하게 '이모'라 부르는 류영희 씨와의 작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SH2 등급 선수는 사대에 오를 때 로더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류 씨는 경기복 착용부터 탄알 장전, 총기 거치와 사격 자세 교정까지 사대 안팎에서 박승우의 완전한 손과 발이 되어왔다. 박승우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이모가 로더 활동을 마무리하신다"며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10년 동행을 가장 아름답게 매듭짓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의 인연은 2016년 시작됐다. 박승우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을 당시 환자와 간병인으로 처음 마주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병실에서 싹튼 신뢰는 퇴원 후 사격장 사대로까지 이어졌다. 류 씨는 "딸과 동갑이라 늘 아들 같은 마음으로 곁을 지키게 됐다"며 "승우는 한없이 착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앞으로 더 큰 희망을 쏠 수 있는 선수"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사대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는 이제 단 한 번 남았다. 박승우는 22일 혼성 50m 소총 복사(SH2)에서 생애 첫 APG 금메달이자 류 씨에게 바칠 마지막 선물에 도전한다.
박승우는 "연이틀 정상을 놓쳐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남은 하루 동안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며 "마지막 순간에는 이모 목에 꼭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여자친구도 메달 색상에 맞춰 나오는 대회 마스코트 인형 중 금빛 인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동색 인형만 2개를 챙겼다"며 "마지막 종목에서는 약속대로 금메달 인형을 들고 돌아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