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데일리 “실패의 반대말은 성공일까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배우 겸 영화감독 구혜선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이 인간보다 많은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시대일수록 자신만의 경험을 쌓고 스스로를 믿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21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두 번째 세션 ‘WISDOM 지혜를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구혜선이 첫 연사로 나서 ‘실패 총량의 법칙’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구혜선은 배우로 활동하며 오랫동안 기회를 기다렸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배우는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역할을 주기를 기다려야 하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10년을 기다려도 기회가 오지 않더라”며 “막상 기회가 왔을 때 준비하지 못한 자신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당장 쓸모가 없어 보이는 일이라도 꾸준히 해보는 자세였다. 구혜선은 “일기든 음악이든 춤이든 그림이든, 누군가 돈이 되느냐고 묻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것을 계속 밖으로 꺼내놓아야 한다”며 “그렇게 만든 것들이 언젠가는 의미 있는 결과물로 평가받는 순간이 온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제작했던 단편영화들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당시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작품들이 훗날 제작자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됐다는 것이다. 구혜선은 “제가 만든 영화들은 대부분 망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제작자가 함께 작품을 해보자고 했을 때 이미 만들어놓은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었다”며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건 그동안의 작업 덕분”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었다고 밝혔다. 구혜선은 “무언가를 만들어 세상에 꺼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도했다는 뜻”이라며 “움직여서 만들어낸 모든 것을 실패라고 볼 수는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오히려 실패에 가깝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인간이 지닌 고유한 가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구혜선은 AI가 인간보다 잘하는 일을 찾기보다 인간과 AI가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가 꼽은 차이는 각자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었다.
구혜선은 “AI는 10년 치 데이터를 순식간에 학습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10년은 직접 살아낸 시간”이라며 “그 안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보낸 시간, 거절당하고 버티고 괴로워했던 순간들이 담겨 있다. 그 경험은 누구의 것도 아닌 오직 나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실패했을 때 자신을 믿는 마음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구혜선은 “성공하면 자기 확신은 저절로 따라온다. 진짜 자기 확신이 필요한 순간은 실패했을 때”라며 “아무도 내 결과물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해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자기 확신”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구혜선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자신만의 경험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AI와 함께 실패도 경험해 보라”며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다시 한번 도전하는 의지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쌓인 실패가 언젠가는 나에게 값진 결과물로 돌아올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제15회 이데일리 W페스타는 ‘휴먼스토리: 우리를 잇는 당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열렸다.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겪은 도전과 선택, 실패와 성취의 경험을 나누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