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우승한 곽건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곽건휘(36·서울특별시장애인체육회)가 폭우를 뚫고 금빛 과녁을 명중했다. 동료 금메달리스트 박홍조(42·충청북도장애인양궁협회)가 선물한 '행운의 잠자리'와 함께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곽건휘는 24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APG)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에서 중국의 자오리쉐를 세트 점수 6-4(23-22, 23-29, 27-29, 27-26, 27-26)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한국 양궁 대표팀의 두 번째 금메달이자,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의 29번째 금메달이었다. 곽건휘는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출전한 APG에서 값진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아침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 빗줄기는 강해졌다 약해지기를 반복했지만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세트 사이엔 코치들이 우산을 들고 나와 선수들을 비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하지만 활을 쏘는 순간만큼은 선수 혼자 폭우를 견디며 시위를 당겨야 했다.
2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우승한 곽건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곽건휘는 첫 발을 5점으로 시작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9점 2개를 쏘며 1세트를 23-22로 가져왔다. 2세트에선 마지막 화살이 5점에 꽂히면서 세트 점수 2-2 동점을 허용했다. 3세트에서는 9점 3개를 쏘며 안정감을 찾았지만 상대가 10점 2개를 기록하면서 세트 점수 2-4로 역전당했다.
승부는 4세트부터 다시 곽건휘 쪽으로 기울었다. 이날 처음으로 10점을 쏘는 등 27점을 기록, 26점에 그친 상대를 제압하며 세트 점수 4-4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상대가 첫 발을 7점에 쏘며 흔들린 사이, 세 발을 모두 9점에 꽂아 넣으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경기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던 곽건휘는 승리가 확정된 뒤에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 후 만난 곽건휘는 "얼떨떨하다. 항상 큰 대회에 나가면 4~5등을 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큰 대회 금메달을 땄다"고 소감을 밝혔다.
폭우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곽건휘는 "예전에도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있다. 그때 오조준했던 경험과 연습이 이번에도 도움이 됐다"라며 "특별히 마인드 컨트롤을 할 것은 없었다. 비가 많이 오니까 조금 더 신중하게 쏘자는 생각만 했다"고 돌아봤다. 상대의 추격과 역전에도 무덤덤하게 "내 할 것만 했다"라고 말했다.
2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우승한 곽건휘. 그의 머리 위엔 박홍조 선수가 생일선물로 준 잠자리가 달려 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도 담담했다.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곽건휘는 "그냥 '아, 끝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평소에도 차분하고 의연한 성격이라고도 전했다.
이날 그의 모자 위엔 특별한 '부적'이 함께 했다. 작은 잠자리 장식이었다. 지난 21일 생일을 맞은 곽건휘에게 동료 양궁 국가대표 박홍조가 선물한 잠자리였다.
공교롭게도 박홍조는 선물을 건넨 21일 김옥금과 함께 W1 혼성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박홍조는 곽건휘의 경기를 직접 보러 오지 못했지만, 그가 선물한 잠자리는 곽건휘의 모자 위에서 금빛 도전을 함께했다. 마치 박홍조의 분신이 곁에서 금메달 기운을 전해준 듯했다. 곽건휘도 잠자리가 행운의 상징이 된 것 같으냐는 물음에 "그렇게 됐네요"라며 웃었다.
곽건휘는 지난 2010년 군 복무 중 낙상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이후 약 4년 동안 재활병원에서 생활했던 그는 퇴원 후 양궁과 인연을 맺었다.
2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우승한 곽건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원래 관심을 가졌던 종목은 양궁이 아닌 국궁이었다. 아버지가 국궁을 즐겼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활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에게 국궁장 접근은 쉽지 않았다.
곽건휘는 "집 근처 국궁장을 찾아갔는데 휠체어로 가기에는 조금 까다로웠다"라며 "마침 근처에 양궁장도 있었고, 아는 분이 체험할 기회를 주셔서 해봤는데 재미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 10~11년 정도 됐다"고 설명했다.
우연히 잡은 양궁 활은 곽건휘를 국가대표로 이끌었고, 10년이 넘는 도전 끝에 APG 금메달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24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양궁 남자 리커브 결승전에서 우승한 곽건휘.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이제 곽건휘의 시선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으로 향한다. 그는 "내년에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패럴림픽 출전권(쿼터)을 따야 하는데, 거기서 좋은 결과를 얻고 LA 패럴림픽도 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곽건휘는 "부모님과 저를 지도해 주신 감독님, 코치님께 감사하다"며 짧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 훈련과 경기 일정으로 집에 사 놓고도 해보지 못한 콘솔 게임 타이틀이 쌓여 있다. 빨리 가서 하나씩 해보고 싶다"라는 유쾌한 답변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