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키운 대회였다.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하고 기존 강세 종목에서도 차세대 선수들이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 장애인스포츠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APG)이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APG는 지난 24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폐회식을 끝으로 7일간의 열전을 마쳤다. 한국은 금메달 29개, 은메달 38개, 동메달 33개 등 총 10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5위에 올랐다. 당초 목표였던 금메달 21개 이상·종합 6위를 모두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2년 뒤 LA 패럴림픽을 기대하게 하는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한국 육상의 새로운 스타 장민호(29·안양시청)였다.
장민호는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열린 비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혼성·남자 1600m 계주에 출전했다. 이어 APG에도 나서며 한국 선수 최초로 두 대회를 모두 경험했다.
장민호.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첫 APG에서의 활약은 눈부셨다. 남자 100m(스포츠등급 T13)에서 10초48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400m에서는 46초24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장애인육상에서 16년 만에 나온 세계신기록이었다.
장민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24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400m에서 다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1등을 하고 싶다. 100m에서도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며 "LA 패럴림픽에서는 2관왕과 두 종목 모두 세계신기록에 도전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탁구에서도 차세대 간판들의 성장이 돋보였다. 한국은 금메달 12개를 수확하며 역대 APG 단일 대회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 중심에는 나란히 3관왕에 오른 윤지유(26·성남시청)와 김현욱(31·경기도장애인체육회)이 있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 탁구 3관왕에 오른 김현욱과 윤지유.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윤지유는 여자 단식과 서수연(40·광주광역시청)과 호흡을 맞춘 여자복식에서 우승했고, 김현욱은 남자 단식과 장영진(33·성남시청)과 함께한 남자복식을 제패했다. 두 선수는 혼합복식에서도 금메달을 합작하며 나란히 3관왕에 올랐다.
윤지유는 생애 첫 APG 3관왕의 기쁨을 누렸고, 김현욱은 첫 출전한 APG에서 3관왕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미 패럴림픽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던 두 선수는 이제 LA에서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정은창(57·대전장애인체육회) 탁구 대표팀 감독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존 복식 조합을 전면 개편하고 훈련 방식을 바꿔 역대 최고 성적을 이끈 그는 "LA 패럴림픽에서는 다 놀라게 해드리겠다"고 선언했다.
21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여자 펜싱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수확했다. 사진=공동취재단세계 1위 일본을 꺾고 우승한 휠체어럭비 대표팀.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선수 육성 시스템의 성과도 확인했다.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집중 육성 우수선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6개 종목 12명 가운데 10명이 메달을 획득했다. 입상률 83%로, 이들이 수확한 메달만 금메달 8개와 은메달 11개, 동메달 2개에 달했다.
새로운 금메달 종목의 탄생도 고무적이었다. 조은혜(41·부루벨코리아)는 휠체어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스포츠등급 B)에서 한국의 APG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단체종목에서는 휠체어럭비가 금빛 반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16위 한국은 세계 1위이자 파리 패럴림픽 챔피언인 일본을 결승에서 53-50으로 꺾었다. 예선에서 일본을 두 차례 제압한 데 이어 결승에서도 승리하며 한국 휠체어럭비의 APG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드민턴에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첫 APG에 출전한 박해성(29·울산중구청)은 은메달 3개를 수확했고, 이승후(17·전북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도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제무대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이클에서는 첫 출전한 박현미가 2관왕에 올랐다.
전선주 총감독-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장민호-박흥식 선수단장.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이제 중요한 건 이번 대회의 성과를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는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기존 강세 종목인 탁구·사격·사이클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휠체어럭비·펜싱·육상 등 새로운 메달 종목의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제대회 참가와 국내외 합동훈련, 지도자 및 장비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은 "이번 대회에서는 처음 출전한 선수와 신인 선수들도 메달을 획득했고, 기존 패럴림픽 메달리스트들의 선전도 이어졌다"라며 "이번 대회의 성과를 잘 분석해 LA 패럴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스타의 등장과 기존 강세 종목의 경쟁력 유지, 신규 금메달 종목의 발견까지. 한국 장애인스포츠가 LA 패럴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높이며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