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패러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육상 장민호(29·안양시청)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 기간 한국선수단 지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달 비장애인 아시안게임도 참가했던 그는 "예선을 뛴 다음 숙소에 들어와서 쉬고 오후에 결선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비장애인 대회 때는 조직위가 운영하는 셔틀버스만 타고 다녀서 회복을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밴(승합차)으로 오가니 시합이 끝나고 바로 숙소에 가서 쉬다 나올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저번엔 식사가 정말 아쉬웠는데 이번엔 한식도 많았고, 물리치료 등 관리를 받은 덕에 좋은 기록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가 가장 공을 들인 건 현장 지원이었다.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문제가 있던 부분을 많이 모니터링했다"며 "선수들에게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전선주 총감독-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장민호-박흥식 선수단장.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먼저 손본 건 수송이었다. 체육회는 조직위 셔틀버스에만 기대지 않고 숙소마다 승합차를 2, 3대씩 별도로 배치했다. 수송에 문제가 생기면 차량을 긴급 투입해 선수들을 훈련장과 경기장으로 보냈다. 정 회장은 "모든 선수가 한꺼번에 나가는 게 아니라 이벤트별로 나가기 때문에 2, 3대면 충분히 수송이 가능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박흥식 선수단장도 "차량이 부족하면 체육회에서 지원해서 충분히 다닐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식사도 신경 썼다. 비장애인 대회에서 부실한 식단에 대한 불평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식 도시락을 권역별로 돌아가며 지원했고, 즉석식품과 컵라면 등 한식 부식을 선수들에게 직접 전달하는 '찾아가는 편의점'도 운영했다. 장민호는 "너무 많아 아직 다 먹지도 못했다"며 웃었다.
회복도 숙소에서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체육회는 권역별로 물리치료사와 의·과학팀을 배치해 선수들이 따로 치료를 받으러 나가지 않고 경기 후 숙소에서 바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촌에서는 휠체어 사용 선수에게 1인 1실을 배정했다.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지원 체계도 새로 짰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숙소는 소규모 선수촌 1곳과 호텔 17곳으로 흩어져 있었다. 체육회는 이를 6개 권역으로 묶어 권역별 지원 거점을 마련했다. 여기에 이번 대회에서 처음 도입한 종목담당관제를 더해 종목마다 사무국장을 포함한 경기단체 직원을 3명씩 배치했다. 이들은 선수들과 같은 숙소를 쓰고 숙소와 경기장을 함께 오가며 선수단을 지원했다.
정 회장은 "보고받은 바에 따르면 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직원들이 분야별로 실시간으로 즉시 대처한 부분이 보람 있고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적용한 권역별 지원과 종목담당관, 수송·숙박·식음료·의무·안전 대응체계를 표준 매뉴얼로 정리해 차기 국제대회에 활용할 계획이다.
장민호의 금메달 뒤에도 체육회의 행정력과 외교력이 있었다. 장민호는 시각장애 판정을 받고 스포츠등급 T12로 지난 5월 스위스 노트빌 그랑프리 등 국제대회에 나섰지만, 이후 등급이 T13으로 바뀌었다. T13은 장애인 육상에 출전할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시각장애 등급이고, T12는 그보다 시력이 낮거나 시야가 좁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등급이다. 두 등급은 서로 다른 종목으로 분류돼 따로 경기를 치른다.
장민호. 사진=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문제는 장민호가 T12 종목 출전 기록을 갖고, 이번 대회 T13 종목에 나서야 했다는 점이다. 이에 체육회는 장민호가 T12 기록으로 T13 종목에 출전할 수 있도록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육상위원회에 요청했고, 승인을 받아냈다. 정 회장은 "이런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장민호 선수가 금메달 2개를 딸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장민호는 이번 대회 남자 100m T13에서 10초48의 아시아신기록, 400m T13에서 46초24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의 입지도 넓혔다. 대회 기간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PC), BDH재단과 공동으로 '아시아인의 밤' 행사를 열고, 아시아 12개국과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자 면담도 16차례 진행했다. 노르딕스키 대표 원유민(38·BDH파라스)이 APC 선수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면서 한국 선수가 국제 장애인스포츠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반도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