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옆구리 통증으로 온전한 스윙조차 어려웠지만, 물러설 수 없었다. 프로에서 23시즌을 보내는 동안 한 번도 끼지 못한 우승반지. 그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안방에 앉았다. 그리고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뤄냈다.
강민호는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5차전에 8번 타자·포수로 선발 출전, 삼성의 6-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선발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7이닝 1실점(비자책점)을 합작했고, 타석에서도 3타수 1안타 1득점에 희생번트까지 기록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KIA를 꺾은 삼성은 KT 위즈가 기다리는 KS로 향했다.
강민호의 몸 상태는 좋지 않았다. 4차전부터 옆구리 통증 탓에 정상적으로 중심을 옮기며 방망이를 돌리기 어려웠다. 5차전에서도 풀스윙은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1-0으로 앞선 2회 첫 타석부터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이재현의 2루타 때 3루에 도달한 뒤 김지찬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삼성이 3점을 보태 초반 주도권을 잡는 데 발판이 된 안타였다.
삼성 강민호. 삼성 제공
크게 휘두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기여했다. 4-1로 앞선 6회 무사 1루에서 양현종을 상대로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냈다. 번트는 ‘중장거리형 포수’ 강민호의 이름과 쉽게 연결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2010년대 초반 한 게임 광고에서 번트 지시에 “번트요? 저 강민호인데요?”라고 되묻던 대사는 야구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회자됐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팀의 우승 도전이 걸린 지금은 달랐다. 강민호는 훈련 때부터 번트 연습에 매진하며 준비했고, 실전에서도 귀중한 희생번트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김지찬의 적시 3루타가 터지면서 삼성이 쐐기를 박았다. 강민호는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갈 때까지 마스크를 썼다. 통증 속에서도 공수에서 자신의 몫을 해낸 베테랑이었다.
경기 뒤 강민호는 출전을 만류한 박진만 감독과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솔직히 지금은 내 몸보다 경기가 더 중요했다. 옆구리 쪽이 아프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께 경기에 뛰겠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냥 빠져라’고 하셨다. 그래도 옆구리가 터지더라도, 만세를 부르고 나오기 전까지는 한번 해보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 종료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강민호. 광주=윤승재 기자
강민호에게 이번 PO에서 만난 KIA는 반드시 넘고 싶었던 산이었다. 2024년 프로 데뷔 후 처음 오른 KS에서 우승을 가로막았던 상대가 KIA였다. 당시 준우승 후 강민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린 바 있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가을 무대에서 같은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그는 “KS에 가서 KT에 지더라도 (PO에서) KIA한테 지고 싶지 않았다. 복수를 해보고 싶었다”며 “언론에서도 우리가 질 거라고 예상했는데 반드시 KIA를 이기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강민호는 올해까지 23시즌을 뛰었다. 오랜 시간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활약했지만, 우승의 순간만큼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첫 KS 진출까지도 긴 기다림이 필요했다.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출전을 말리는 감독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이유였다.
이제 남은 상대는 KT다. 삼성은 오는 3일부터 7전 4승제의 KS를 치른다. 강민호는 “다시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에 나가게 됐는데 하루 잘 쉬고 내일모레부터 잘해보겠다”며 마지막 승부를 준비했다. 그리고 오래 품어온 바람을 다시 꺼냈다. “우승은 정말 내 꿈이다. 꿈에 또 한 걸음 다가갔는데, 이번에는 꼭 이룰 수 있도록 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