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구단 공식 유튜브에 따르면,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최근 새로운 한국어를 배웠다. 대구 사투리 ‘뭘 보노’에 이어 이번에는 ‘알 빠가’다. 하필 이 말을 배운 뒤 처음 응수한 상대가 바로 김영웅이었다. 동료 사이에서 오간 장난이지만, 지금 두 선수의 상황을 떠올리면 묘하게 어울린다. 수비와 타격에서 아쉬움을 안은 두 거포에게 필요한 것도 지난 실수에 주눅 들지 않는, 그런 배짱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6-1로 승리, 한국시리즈(KS) 진출을 확정했다. 마지막에 웃기는 했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특히 4차전에서는 실책 세 개가 나오며 2-4로 역전패했다. 공교롭게도 내야 양쪽 모소리를 지키는 '핫코너' 두 선수가 실책을 한 개 씩 기록했다.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놓친 삼성은 한 경기로 시즌의 운명이 갈리는 벼랑 끝 승부를 치러야 했다.
실책 이후 두 선수는 다소 위축된 플레이를 보였다. 4차전 당시 3타수 3안타로 날카로웠던 타격감은 5차전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디아즈 역시 5차전 수비 실책에 무안타로 침묵했다. 두 선수에겐 마음이 편할 수 없는 시리즈였다. 위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진=삼성 구단 공식 유튜브 캡쳐
박진만 감독이 5차전을 앞두고 준비한 선물은 그래서 눈길을 끌었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돌린 떡에는 “개떡같이 공이 와도 찰떡같이 잡자”는 문구가 담겼다. 수비를 향한 당부였지만 표현에는 재치가 있었다. 실책이 뼈아팠던 선수들에게 다시 부담을 얹기보다, 웃으며 다음 공을 준비할 수 있도록 건넨 메시지였다.
수비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는 건 아니다. 박 감독은 4차전 패배 뒤 작은 플레이가 단기전의 승부를 가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미 끝난 경기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다시 선수들을 믿고 다음 경기를 맡겨야 했다. ‘찰떡같이 잡자’는 떡 선물에는 수비를 잘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다시 해낼 수 있다는 격려가 담겼다.
KS를 앞두고도 믿음은 이어졌다. 박 감독은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PO에서 수비 실책이 많았는데, 우리 강점이 수비(정규시즌 최소 실책 1위)다. KS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좌타선의 힘에도 기대를 걸었다. 그는 “KT 투수력이 좋기 때문에 잘 쳐줘야 한다. 잘 쳐줘야 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아즈와 김영웅은 여전히 삼성이 공수에서 힘을 보태주길 기다리는 선수들이다.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디아즈의 수비 모습. 사진=삼성 제공
그런 두 선수에게 ‘알빠가’는 지나간 아쉬움을 털어내는 말이 될 수 있다. 실책의 책임을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지난 실수에 사로잡혀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타석에서도 마찬가지다. 앞선 결과와 주변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 있게 방망이를 돌려야 두 선수의 장점인 장타력도 살아날 수 있다.
삼성은 이번 PO에서 마음의 무게를 덜어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경험했다. 박 감독은 시리즈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정규시즌 동안 잘해온 덕분에 가을야구를 치르는 것이라며 축제를 즐기자고 했다. 주장 구자욱은 “1차전에는 잘 즐기지 못했다. 2차전부터 선수들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좋은 분위기 속에 KS에 올라올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실패를 걱정하기보다 자신의 야구를 펼쳤을 때 팀도 힘을 냈다.
디아즈가 김영웅에게 건넨 짧은 말 역시 그 연장선에서 떠올릴 만하다. 서로 장난을 주고받던 여유를 그라운드에서도 이어가는 것. 감독의 주문대로 어떤 공이 오더라도 ‘찰떡같이’ 잡을 준비를 하면서도, 이미 지나간 실수에는 ‘알빠가’ 하고 돌아설 배짱도 필요하다. 삼성의 마지막 가을에는 두 거포의 자신 있는 글러브와 방망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