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생 스타가 김도영(KIA 타이거즈)만 있나.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 동갑내기들이 가을의 마지막 무대에 모였다. KT 위즈에서는 안현민과 박영현이 타선과 뒷문을 책임지고, 삼성 라이온즈에서는 이재현과 김영웅이 내야를 지킨다.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네 선수의 어깨에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의 향방도 걸려 있다.
KT와 삼성은 3일 수원에서 KS 1차전을 치른다. 정규시즌 1위로 직행한 KT와 플레이오프(PO)에서 KIA를 꺾고 올라온 삼성의 맞대결이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는 가운데, 공수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2003년생 선수들도 우승 도전의 핵심으로 나선다. 더는 큰 무대를 경험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유망주들이 아니다.
KT 타선에서는 안현민이 눈에 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올해도 막강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해냈다. 상대 투수에게 장타의 부담을 안기는 그의 방망이는 KS에서도 KT의 주요 득점 수단이다. 정규시즌을 마친 뒤 약 3주 동안 실전 공백을 가진 KT로서는 중심타자 안현민이 얼마나 빠르게 자신의 타격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이강철 KT 감독도 초반 타격감 회복을 승부의 변수로 꼽았다. 이 감독은 2일 수원 라마다프라자호텔에서 열린 KS 미디어데이에서 “밑에서 올라온 팀은 타격감이 올라와 있다. 우리 타자들의 감각이 올라올 때까지 1, 2차전을 투수력으로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선발진이 버티는 동안 안현민을 비롯한 타자들이 득점으로 응답해야 한다.
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t 마무리투수 박영현이 9회말에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선이 만든 리드를 마지막까지 지킬 선수는 또 다른 2003년생 박영현이다. 어느새 마무리 3년 차에 접어든 그는 KT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책임지는 투수로 자리 잡았다. 큰 경기일수록 한 점을 지키는 힘이 중요하다. 선발진을 강점으로 내세운 KT가 승리까지 가기 위해서는 박영현의 마침표가 필요하다.
사령탑의 믿음도 확고하다. 이 감독은 KS 최우수선수(MVP) 후보를 묻는 말에 “모든 선수가 좋은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면서도 “팀 KT가 우승할 수 있다면 박영현이 4세이브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승에 필요한 네 번의 승리를 모두 그의 손으로 지켜달라는 주문이다. 박영현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답이었다.
삼성에는 이재현과 김영웅이 있다. 입단 후 이른 시기부터 각각 주전 유격수와 3루수로 자리 잡은 두 선수는 올해로 세 시즌째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내야의 핵심 수비 위치를 맡으면서 타석에서도 힘을 보태는 동갑내기다. 삼성의 현재이자 앞으로도 팀을 이끌어야 할 중심 선수들이다.
다만 이번 가을은 두 선수에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PO에서 수비와 공격 모두 아쉬운 장면을 남기며 비판도 받았다. 한 번의 실수, 한 번의 득점 기회가 크게 다가오는 단기전의 무게를 다시 경험했다. 특히 삼성은 PO 4차전에서 실책 세 개를 기록하며 역전패했고, 시리즈를 끝낼 기회를 놓친 채 5차전까지 치러야 했다.
삼성 김영웅. 삼성 제공
박진만 삼성 감독은 KS를 앞두고 수비를 다시 강조했다. 그는 “PO에서 수비 실책이 많았는데, 우리 강점이 수비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집중력을 발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유격수와 3루수로 내야를 지키는 이재현과 김영웅이 새겨들어야 할 당부다.
타석에서도 두 선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구자욱과 디아즈, 최형우 등 중심타선에 쏠린 부담을 덜어주려면 이재현과 김영웅의 방망이까지 살아나야 한다. 수비에서 안정을 찾고 공격에서 힘을 보탠다면 삼성 타선도 한층 단단해진다. PO의 아쉬움을 털어내는 두 선수의 반등이 KS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도영이 떠난 가을 무대에도 주목할 2003년생은 많다. 한국야구의 미래로 불리던 이들이 이제 팀의 우승을 결정할 현재로 KS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