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선발 최원태의 어깨가 무겁다. 그가 길게 버텨야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KS) 마운드 운용에도 여유가 생긴다.
플레이오프(PO) 5경기를 모두 치르고 올라온 삼성은 선발진과 불펜 모두 운용이 빠듯하다. 1차전 선발 최원태의 투구에 따라 첫 경기 승패는 물론, 이후 시리즈의 투수 배치까지 좌우할 수 있다. 타선도 함께 짐을 나눠 들어야 한다. 정규시즌 최원태에게 힘을 실어줬던 득점 지원이 이번에도 필요하다.
최원태는 3일 수원에서 열리는 KT 위즈와의 KS 1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전날 미디어데이에서 “순번상 최원태가 들어간다. PO에서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경험이 많고, 선발로 꾸준히 던져줬다”며 “지난해 가을에 보여줬던 모습을 다시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삼성은 최상의 선발진으로 KS를 시작하기 어렵다. PO에서 외국인 투수 크리스 페덱과 아리엘 후라도가 큰 몫을 해줬지만, 그만큼 휴식이 필요하다. 페덱은 지난달 26일 1차전에 이어 사흘만 쉰 뒤 30일 4차전에도 선발 등판했다. 후라도는 이달 1일 최종 5차전에서 7이닝을 책임졌다. KS 일정상 두 투수를 시리즈 초반에 투입하긴 어렵다.
삼성 페덱. 삼성 제공
페덱을 4일 KS 2차전에 내보내는 방안은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사흘 휴식 후 등판을 이미 한 차례 소화한 투수에게, 이번에는 나흘만 쉬고 다시 마운드를 맡기는 건 다소 리크스가 따른다. PO 4차전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다고 해서 다음 등판까지 같은 컨디션을 보장할 수는 없다. 누적된 피로와 회복 상태를 따져야 한다. 후라도 역시 5차전 등판 직후라 2차전 선발로 활용하기 어렵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도 선발로만 계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재윤이 부상으로 KS 엔트리 합류가 불발되면서 뒷문을 지킬 대안이 필요해졌다. PO에서 구원으로 활약한 원태인이 다시 불펜의 중심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박 감독도 “1, 2차전에는 상황에 따라 원태인이 불펜에서 대기한다. 이후 결과에 따라 선발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원태의 긴 이닝 소화는 단순히 불펜 투수 몇 명을 아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발과 구원을 모두 맡을 수 있는 원태인의 활용 폭을 넓힐 수 있다. 최원태가 일찍 내려오고 접전이 이어지면 삼성은 첫 경기부터 원태인을 포함한 필승조를 가동해야 하지만, 반대로 최원태가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진다면 원태인을 쓰지 않고 경기를 마칠 여지도 생긴다. 그 경우 2차전 원태인 선발 등판도 검토할 수 있다. 선발이 아니더라도 원태인을 2차전 선발의 뒤를 잇는 승부처에 투입하는 등 벤치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최원태의 호투가 이후 마운드 운용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29일 전남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삼성 디아즈가 1회초 2사 1루에서 투런홈런을 날리고 베이스를 돌며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부담을 최원태 혼자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타선의 초반 득점 지원도 절실하다. 삼성은 PO를 치르며 쌓아온 실전 감각을 KS에서도 이어가야 한다. 약 3주를 쉬고 나오는 KT보다 경기 감각에서 앞설 수 있다는 기대를 실제 득점으로 바꿔야 한다. 초반부터 대량 득점에 성공한다면 최원태도 부담을 덜고 타자들과 승부할 수 있다.
정규시즌에는 타선이 최원태의 등판 때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삼성 타선의 최원태를 향한 득점 지원은 4.29점으로, 삼성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그 흐름이 KS까지 이어지는 것이 삼성에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타자들이 먼저 점수 차를 벌리고, 최원태가 긴 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그림이다.
첫 경기 승리와 마운드의 체력 안배를 함께 잡을 수 있다면, 어렵게 KS에 올라온 삼성도 이후 승부를 풀어갈 여유를 얻는다. 최원태의 어깨가 무거운 만큼 타자들의 방망이도 바빠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