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가을 야구의 핵심 투수 원태인(왼쪽)과 이승민. 삼성 제공 "(원)태인이가요?"
2000년생 동갑내기 대구 사나이들의 유쾌한 호흡이 돋보인다.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과 이승민의 이야기다.
경북고 출신의 원태인과 대구고 출신의 이승민. 일명 '성골'인 이들은 이번 가을 삼성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원태인은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했다. 이승민은 5경기에 모두 마운드에 올라 삼성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진출에 힘을 보탰다.
이들의 대화에는 서로를 향한 장난스러운 당부가 빠지지 않는다. 원태인은 이승민에게 종종 "해줘"라고 말한다. "주자 남기지 말고 내려와 줘"라며 깔끔한 투구를 주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원태인이 먼저 마운드에 올라 주자를 남기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는 이승민에게 "잘 막아줘"라며 뒷수습을 부탁한다.
삼성 라이온즈 이승민. 삼성 제공 이승민은 "농담인지 진담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최대한 깔끔하게 막으라고 말해놓고서는 막상 본인이 먼저 올라가면 '주자 남겨놔도 꼭 막아달라'고 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이어 그는 "태인이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심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난스러운 티격태격과 달리 서로를 향한 신뢰는 두텁다. 원태인은 이승민이 타순의 중심을 상대로 좋은 투구를 펼쳐준 덕분에 한결 편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고 했다.
3일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를 앞두고 만난 원태인. 수원=김수민 기자 원태인은 "부담감이 (선발 투수일 때와) 비교할 수도 없다. 선발일 때는 내 뒤에 투수들이 많다. 물론 내 실점과 승리, 팀 승리가 달려 있어 막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불펜으로 나가면 한 점 차에서 삐끗하는 순간 패배로 연결된다"며 "그런 부담감과 압박감이 엄청 심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런 부담을 덜어준 이승민이 당연하게도 고마울 터. 원태인은 "내 마음속 MVP는 (이)승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승민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태인이가요?"라고 되물은 그는 "태인이가 원래 그런 말을 잘 안 한다. 내 앞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데, 뒤에서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고맙긴 하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