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타구를 맞은 투수는 아픈 몸으로 공을 받아주는 포수를 먼저 생각했다. 햄스트링이 성치 않은 주장은 3루까지 달렸고, 베테랑 타자는 체력 부담 속에서도 외야를 지켰다. 서로의 힘겨움을 알기에 한 발 더 뛰고, 공 하나를 더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을 지탱하는 힘이다.
삼성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에서 5-1로 승리했다. 1차전 패배 뒤 2연승을 거둔 삼성은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갔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을 책임졌고, 타선에서는 최형우의 동점타와 구자욱의 3루타, 박승규의 홈런이 터졌다.
후라도의 호투가 빛났다. 후라도 역시 투혼을 발휘했다. 6회 타구에 손등을 맞고도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총 108구를 던졌다. 경기 후 만난 후라도는 “6회에 내려왔을 때 민호 형이 손은 괜찮은지, 더 던질 수 있는지 물어봤다”며 “강민호도 아픈 상태로 경기하니까 나도 더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옆구리 통증을 안고 안방을 지키는 강민호의 모습이 후라도에게도 힘이 됐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한국시리즈 3차전 kt wiz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말 2사 주자 1,3루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이 2타점 적시 3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석과 베이스 사이에서는 구자욱의 투혼이 빛났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정상적인 외야 수비가 어려운 그는 지명타자로 출전해 2회 2사 후 3루타를 때렸다. 타격으로 힘을 보태는 데 그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리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이 경기 후 “자욱이는 빠져서는 안 될 타자다. 다음부터는 2사니까 2루까지만 가도 될 것 같다”고 말할 만큼, 반가움과 걱정이 함께한 질주였다.
후배들이 그 모습을 보며 뭉클해했다는 말에 구자욱은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너무 기뻐서 선수들이 기뻐하는 모습만 봤다”면서도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부상을 안고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이승민도 매 경기 던지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선수들도 감동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선수 한 선수가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게 우리 팀워크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도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이 비운 외야를 지키는 최형우도 빼놓을 수 없다. 타격에 수비까지 병행하며 체력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선배에게 구자욱은 “너무나 여유 있게 잘하고 계신다. 형우 형은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아니다. 타구 판단도 좋고 수비도 잘한다”며 “끝까지 힘내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형우 형이 계속 ‘네가 한 게 뭐가 있냐’고 하시다가 오늘 처음으로 잘했다고 해주셨다”고 웃었다. 힘든 가을을 함께 버티는 선후배 사이에는 장난과 격려가 오갔다.
구자욱은 0-8로 끌려가던 1차전에서도 투런포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비록 그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삼성은 이후 두 경기를 모두 잡았다. 포기하지 않는 힘을 묻자 주장은 긴 시간을 돌아봤다. “오늘만 보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스프링캠프부터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경기에 졌지만 포기할 수 없는 힘이 생겼다. 선수들의 의지가 2차전과 오늘의 승리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