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간판 박지수 “여자배구 인기 부러웠어요”
일간스포츠

입력 2021.09.03 08:54

여자농구 간판 박지수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세르비아전에서 득점하는 장면. [연합뉴스]

여자농구 간판 박지수가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세르비아전에서 득점하는 장면. [연합뉴스]


“다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고 위로해줬어요. 감사하지만, 솔직히 그런 말이 싫어요. 지면 그냥 진 거잖아요.”

여자농구대표팀 센터 박지수(23)의 말이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라스베이거스 MGM 콘도에서 지내고 있는 박지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국여자농구(세계 19위)는 올여름 도쿄올림픽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를 기록했다.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선전했다. 첫 경기에서 세계 3위 스페인에 69-73으로 석패했다. 스페인은 작년에 37점 차 대패를 안긴 팀이다. 한국은 3차전에서도 세계 8위 세르비아에 4점 차(61-65)로 아깝게 졌다. 세르비아 주장 옐레나 브룩스는 “한국팀의 광기에 놀랐다”고 했다.

박지수는 “스페인전을 앞두고 다들 ‘또 대패하면 어쩌지’라고 걱정했을 거다. 막상 붙어보니 ‘이길 수 있겠다.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이긴 채 전반전을 마쳤는데, 제가 제공권과 몸싸움에서 밀렸다”며 자책했다. 키 1m96㎝의 박지수는 조별리그에서 전체 리바운드 1위(평균 10.7개), 블록슛 1위(3.3개)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8강에 올랐다면 모를까 떳떳한 기록이 아니다. 아무 의미 없다”고 했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박지수와 동료들이 손발을 맞춘 건 나흘뿐이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상 진천 선수촌에 합류할 수 없어서였다. 원소속팀 청주 KB의 훈련장에 홀로 머물렀는데, WNBA 경기에서 발목을 다친 상태였다. 박지수는 “동료들과 함께할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했다.

반면 일본여자농구는 도쿄올림픽에서 유럽 강팀들을 연파하고 깜짝 은메달을 땄다. 일본의 평균 신장은 1m76㎝로 한국(1m80㎝)보다 작았다. 박지수는 “일본으로부터 배울 점이 많아서 열심히 봐야 하는데 보기가 싫었다”면서도 “일본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상대 선수의 키가 20~30㎝ 큰 데다 힘이 엄청나게 좋다. 그런데 일본은 스피드와 패턴 플레이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사실 일본농구가 과거 한국 선배들이 펼쳤던 농구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진출 당시) 전주원 대표팀 감독님 등은 슛이 정확하고 스피드도 있었다”고 했다.

박지수는 “WKBL(여자프로농구)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꽤 오래 있어서 우리 선수들에게 ‘외국인은 막지 못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박혀있다. 올림픽 때 붙어보니 ‘쟤네도 별거 아니구나’라고 느꼈다”면서 “대회 전에 평가전이나 친선 경기를 몇 번이라도 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했다.
WNBA에서 블록슛하는 박지수(왼쪽). [AP=연합뉴스]

WNBA에서 블록슛하는 박지수(왼쪽). [AP=연합뉴스]


한국여자배구는 도쿄올림픽에서 김연경(33)을 앞세워 4강 신화를 썼다. 박지수는 “일본 여자농구보다 한국 여자배구가 더 부러웠다. 우리가 저랬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인기를 높이려면 역시 국제대회에서 잘해야 한다”며 “(김)연경 언니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대단하다. 솔직히 ‘내가 연경 언니처럼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지수는 “가드 박지현(21·우리은행)과 10년은 함께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해서 일본처럼 8강, 4강에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오프시즌인 데도 박지수는 농구를 하러 미국에 건너갔다. “키가 커서 농구를 잘한다”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그는 WNBA에서 세 번째 시즌을 뛰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인디애나 피버전에서 개인 최다 타이인 8점을 올렸다. 팀은 19승 7패로 2위다. 라스베이거스가 플레이오프를 끝까지 치르면 시즌이 10월 30일경 끝난다. WKBL은 10월 24일 개막한다. 바쁜 와중에도 박지수는 KB 훈련 영상을 인터넷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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