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39건
프로야구

'병규형 아들' 지켜본 박용택 위원 "박병호 파워, 추신수 어깨…ML갈 선수 되길"

"파워는 박병호고, 어깨는 전성기 추신수 같은 선수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나중에 미국에 놀러갔을 때 삼촌인 나를 케어해줄 수 있을 정도의 선수가 되어주길 바란다."태어났을 때부터 지켜봤던 선배의 아들이 프로에 입문하는 걸 보게 됐다. 고교 대선배이자 이제 프로 대선배가 된 박용택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승민(18·휘문고)을 흐뭇하게 바라봤다.이승민은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4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SSG 랜더스에 지명됐다.이승민의 아버지는 이병규 삼성 라이온즈 수석 코치다. 이 코치는 1997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해 해외 진출(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을 제외하면 2016년까지 오롯이 LG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11과 2043안타 161홈런 972타점 등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교타자이자 호타준족이었고, 역대 최고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뛰어난 외야 수비를 자랑했다. 그의 빠르고 역동적인 플레이 덕에 별명도 '적토마'였다. 이승민에게는 아버지지만, 박용택 위원에게 이병규 코치는 선수 인생을 평생 같이 한 절친한 선배였다. 2002년 LG에 입단한 박 위원도 2020년까지(2022년 1경기 등록 후 공식 은퇴) 오로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이 코치와는 선수 시절을 시작으로 해설위원과 코치가 된 지금까지 20년 넘게 함께했다. 두 사람은 김용수 전 중앙대 야구부 감독과 함께 셋뿐인 LG의 영구결번이기도 하다.박 위원에게 이승민은 조카나 다름없다. 지난 2005년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이승민이 지명된 후 그에게 "아버지와 성격이나 야구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못생긴 얼굴만 닮았고 다른 건 모두 아버지와 다르다"고 농담도 던졌다.박 위원에게 어린 시절부터 지켜본 이승민을 묻자 그는 "태어날 때부터 봤던 선수다. 어릴 때 부모가 야구를 시켜야 하나 할 때 이미 야구를 워낙 좋아했다. 놀 때 야구만 했다. 병규 형과 형수님이 야구를 시킬까 고민할 때면 내가 적극적으로 '무슨 소리냐. 저런 자질을 썩히실 거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야구를 시작했는데, 지금 아주 잘 커온 것 같다"고 웃었다.이승민은 '선배 아들'을 넘어 박용택 위원의 휘문중, 휘문고등학교 후배기도 하다. 박 위원은 "계속 삼촌이라 부르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더라"며 "휘문중, 휘문고에 들어가니 선배님이 된 거다"라고 말했다. 친한 형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재능있는 선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용택 위원은 "이승민은 아직은 집어넣을 게 너무 많은 선수다. 무궁무진하다. 그보다 앞 순번에서 뽑힌 선수들과 비교한다면 가장 완성되지 않은 선수"라고 했다. 냉정한 것 같았지만, 재능에 대한 인정이 확실했다. 그는 "이병규 코치와는 다르다. 그런 유형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KBO리그에 나올 왼손 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 박병호(KT 위즈) 정의윤(전 SSG 랜더스) 이성열(현 KT 코치)의 어린 시절도 많이 봤고, 이재원 같은 선수들도 있는데, 이승민도 남다른 파워를 갖고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이성열 코치에 가까운 유형이라면 여기에 더 세심함 등 여러가지를 잘 배워 더하면 추신수(SSG)처럼도 성장할 수 있다"고 전했다.이승민 같은 야구인 2세가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이종범 LG 코치의 아들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처럼 성공한 유형도 있지만, 실패한 사례도 못지 않게 많다. 박용택 위원은 "예전에는 야구인 2세 선수들 중 눈에 띄게 활약하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최근에는 많다. 잘하는 2세 선수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아버지들이 하나같이 야구 얘기를 아들에게 하지 않았더라. 정신이나 멘털에서 도왔는데, 승민이도 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잘 들었다. 삼촌(박용택 위원)한테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멘털에 대한 부분을 잘 생각해온 선수"라고 기대했다.박 위원은 "파워는 박병호고, 어깨는 전성기 추신수 같은 느낌으로 재능을 가지고 있다"며 "정말로 그 정도(추신수)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나중에 삼촌(박용택 위원)이 미국에 놀러가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날 케어해줄 정도의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이승민의 행선지가 결정되면서 이병규 코치도 자식 입시를 마친 부모와 같아졌다. 후배 박용택 위원에게 '한 턱'을 쏘진 않냐고 물었다. 박 위원은 "조만간 날을 잡아야겠다"며 기분 좋은 예고를 남겼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3.09.15 00:01
스포츠일반

[패럴림픽] 한국 휠체어컬링 '팀 장윤정고백' 2연승··· 4승 4패

한국 휠체어컬링 ‘팀 장윤정고백’이 9일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예선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4강행 불씨를 살렸다. 한국은 이날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에스토니아에 5-2, 영국에 8-6 승리를 거둬 예선 4승 4패가 됐다. 한국은 이날 두 경기 모두 장재혁(51)을 스킵(주장)으로 내세웠다. 백혜진(39)이 리드, 윤은구(53)가 세컨드, 정성훈(44)이 서드를 맡았고 원래 스킵이었던 고승남(37·이상 의정부 롤링스톤)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당초 12팀이었다가 RPC(러시아패럴림픽위원회)의 퇴출로 11팀이 남은 이번 대회는 예선 성적 상위 4팀이 준결승에 진출한다. 한국은 10일 오후 3시 35분(한국시간) 미국, 오후 8시 35분 스웨덴과 맞붙는다. 한국은 현재 미국(4승 4패)과 공동 5위이며 스웨덴은 공동 1위(6승 2패)다. 11개 팀 모두 예선 1~2경기씩을 남겨뒀다. 한국은 10일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다른 팀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한다. 대한장애인컬링협회 김정훈 사무국장은 “남은 경기에서 전부 승리하는 게 최선이고, 만약 5승 5패가 돼도 공동 4위가 될 수도 있다”며 “1패를 하더라도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동률이 나올 경우 승자승 원칙을 우선으로 순위가 정해진다. 만약 세 팀 이상이 서로 물고 물려 승자승으로 순위를 결정하기 어려울 경우 4강 진출 팀은 컬링만의 독특한 순위 결정 방식인 드로 샷 챌린지(DSC) 규정으로 정해진다. 경기마다 시작 전 각 팀 선수가 스톤을 한 번씩 던져 하우스 정중앙과의 거리를 측정해 선공과 후공을 결정하는데, 이 기록의 평균이 낮은 팀이 높은 순위에 오르게 된다. 김승민 대표팀 코치는 “저희는 이제 패배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늘 이겨서 선수들의 자신감도 올라가 있을 것”이라며 “컬링이 그날 컨디션에 따라 샷 정확도가 달라지는 점도 있고, 전력분석관이 미국 등 내일 상대를 분석하고 있다. 오늘 밤 코치진이 함께 회의하며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영국과 8엔드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을 벌였다. 한국은 후공으로 시작한 1엔드에 점수를 뺏길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영국이 마지막 스톤 딜리버리에서 자신의 스톤을 밖으로 내보내는 큰 실수를 한 것을 놓치지 않고 3점을 올리며 유리하게 출발했다. 2엔드에 실점을 1점으로 막은 한국은 3엔드와 4엔드에 각각 2점씩 주고받았는데, 5엔드에 1점을 스틸 당해 5-4, 한 점 차로 쫓겼다. 7-6으로 앞선 채 시작한 마지막 8엔드에서 후공을 잡은 한국은 7엔드에 흔들렸던 윤은구를 고승남으로 교체했다. 김승민 코치는 “초반에 잘해주던 윤은구가 후반에는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준비했던 대로 바로 교체를 했다”고 했다. 고승남은 상대 가드를 제거하는 역할을 잘 수행했다. 8엔드에는 양측 스톤이 하우스 안팎에서 뒤엉키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연장전 내지는 역전패까지 나올 수 있는 위기 상황, 장재혁이 일곱 번째 스톤으로 2번 스톤이었던 한국 스톤을 살짝 비스듬히 때려 1번으로 만드는 절묘한 샷에 성공하면서 분위기가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윤경선 선수단장과 양충연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총장을 비롯한 한국 측 관계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 환호한 순간이었다. 영국의 마지막 스톤이 가드에 걸리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장재혁은 침착하고 집중력이 좋은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는 대회 도중 스킵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작년 중국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 때 제가 스킵이었는데, 그때보단 부담이 줄었다”며 “다시 하게 됐으니 계속 (스킵을) 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장재혁은 결정적 순간이었던 8엔드 일곱 번째 투구에 대해선 “그 샷이 예전에도 시도를 많이 했고 실패도 했던 샷이다. 오늘은 돼서 짜릿했다”고 했다. 그는 “경기 중 실수가 나왔을 때는 ‘다음에는 힘을 더 줘야겠다’는 식으로 감각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며 “내일 두 경기 모두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은 앞서 에스토니아전에선 낙승을 거뒀다. 에스토니아는 후공이었던 2엔드를 블랭크 엔드(득점 없이 엔드 종료)로 만들어 다음 엔드 다득점을 노렸는데, 한국이 3엔드에 오히려 2점을 스틸하며 3-0 리드를 잡았다. 한국은 그 뒤 8엔드까지 대량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끝냈다. 한국 대표팀 다섯 명은 모두 이번이 첫 패럴림픽 출전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메달권 진입을 노린다. 패럴림픽공동취재단 베이징=김영서 기자·패럴림픽공동취재단 2022.03.10 07:56
연예

'강철부대' 각성한 SSU 정성훈 "예전 나약함은 없다"

SSU의 팀장 정성훈과 707의 다크호스 김필성의 활약에 기대가 모아진다. 내일(15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될 채널A, SKY채널의 예능프로그램 '강철부대' 13회에는 4강 토너먼트 2라운드인 '최전방 보급작전' 승리 부대가 확정되며, 1라운드에서 승리한 UDT(해군특수전전단)와 결승에서 맞붙게 될 부대가 결정된다. '1000kg' 키워드 미션에 참가하는 707(제707특수임무대)과 SSU(해난구조전대) 간 결승 진출을 위한 최후의 사투가 벌어진다. 결승행 티켓을 건 대결답게 여러 단계로 치밀하게 구성된 미션 설계부터 엄격해진 규칙이 반영돼 강철부대원들의 집중력과 협동심에 시선이 집중된 상황. 전략분석팀 역시 더욱 예리한 시각을 발휘, 김동현이 미션을 유리하게 수행하는 노련한 전투 자세를 취하는 도전자를 캐치하며 칭찬을 쏟아낸다. 특별 MC로 등장하는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 박준우(박군)가 공감을 표하는 것은 물론, 미세한 차이가 큰 변화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보낸다. SSU의 팀장 정성훈이 리더십과 '딥씨 다이버'의 숨겨진 저력을 입증한다. 그간의 미션에서 체력 저하로 인해 고전을 겪었던 그는 선두에 위치해 힘과 날렵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팀원들의 결속력을 강화시킨다. 나약한 이전과 달라진 모습에 전략분석팀 역시 "각성했다"라며 감탄한다. 707의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김필성이 선보일 활약에 이목이 쏠린다. 그는 전략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끄는가 하면 미션 도중 발생할 수까지 계산, 부대원들에게 대처 방안을 전수하며 든든한 버팀목의 면모를 자랑한다. 더불어 김필성은 현직 해양경찰특공대원이자 현장 마스터 최영재가 707의 에이스라고 인정한 바 있어 부대의 다크호스로 등극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증폭된다.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tbc.co.kr 2021.06.14 09:26
야구

논란 딛고, 다시 시작…박용택의 마지막 출발

'은퇴 투어' 논란을 겪은 LG 박용택(41)이 '마지막 출발'을 시작했다. 박용택은 12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6월 23일 이탈한 뒤 50일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박용택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예고했다. 그의 목표는 마지막 시즌을 건강하게 완주하는 것이다. 박용택은 "예전에는 더 잘하고 싶어서 특별한 목표에 포커스를 두고 준비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빠졌다. 데뷔 후 처음이었다. 올해는 '건강하게 보내자'는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성기와 비슷한 체중을 만들고 싶어했다. 지난겨울 그는 5㎏을 감량했다. 박용택은 6월 23일 키움전에서 땅볼을 치고 전력으로 질주,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순간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시즌 처음으로 1군에서 제외됐다. 그사이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최근 LG 구단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추진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이 들끓은 것이다.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박용택이 직접 나서 "'은퇴 투어'를 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우리 팀은 매 경기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은퇴 투어보다 순위 경쟁이 훨씬 중요하다"며 "은퇴 얘기로 (류중일) 감독님에게도 관련 질문이 간다고 들었다. 정말 민폐 같았다. 이제 이런 얘기는 그만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19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즌, 남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간절하다. 그가 남은 경기에서 또 부상을 입는다면, 정규시즌 완주가 어렵다. 박용택이 꿈꿔온 '해피 엔딩'이 무산되는 것이다. 박용택은 "개인 기록에 욕심이 없다"고 누차 밝혔다. 그러나 그의 자취는 KBO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현역 최고령 타자인 박용택은 현재 KBO리그 역대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의 주인공이다. 2002년부터 지난 12일까지 총 2478개의 안타를 적립했다. 역대 최초로 2500안타 달성이 가능하다. 또한 앞으로 45경기(12일 현재 2179경기)에 더 출장하면 역대 개인 최다 출장 1위 정성훈(2223경기)의 기록도 뛰어넘는다. 20년 가까이 LG의 간판으로 활약한 박용택은 이제 주전 선수가 아니다. 홍창기·김호은 등 신예들이 성장하면서, 박용택은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류중일 LG 감독은 "박용택은 상대 투수에 따라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하거나, 대타로 활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용택은 이에 개의치 않고 LG만 생각한다. 우승이 간절하다. 프로 데뷔 첫 시즌 준우승을 경험한 그는 이후 18년 동안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적이 없다. 박용택은 "잘 준비해서 (1군에) 올라왔다.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이 하루하루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어떤 역할이든 팀이 이기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잠실=이형석 기자 2020.08.13 15:00
야구

돌아오자마자 홈런 친 KIA 김호령 "홈런 아닌 줄 알았다"

더 이상 강렬한 복귀전이 있을까. KIA 타이거즈 외야수 김호령(28)이 전역 후 첫 1군 경기, 첫 타석, 초구를 홈런으로 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김호령은 2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1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이 미뤄지면서 치른 팀간 연습경기에서 맹타(19타수 8안타, 2홈런)를 휘둘렀던 김호령은 골반과 허리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롯데 선발 박세웅을 상대한 김호령은 첫 타석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리고 공은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김호령의 데뷔 첫 선두타자 홈런.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김호령을 반겼다. 3일 경기 전 만난 김호령은 "오랜만에 올라와서 많이 떨렸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긴장이 풀렸다. 기분좋은 하루였다"고 했다. 이어 "초구를 (치지 않고)볼까 생각했는데 스트라이크를 당하면 힘들것 같아서 초구부터 쳤다. 맞는 순간엔 넘어가나 생각했는데 넘어가서 좋았다. 나도 치고 놀랐다"고 했다. 그는 "(1번타순이)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즐기자는 마음으로 스윙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군복무를 마친 김호령은 손가락 부상으로 고생했다. 다행히 스프링캠프에는 정상적으로 합류할 듯 했으나 이번엔 허리가 아팠다. 결국 미국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다. 다행히 연습경기에선 합류해 공·수에서 활약을 펼쳤고, 윌리엄스 감독으로부터 눈도장도 받았다. 그러나 또다시 통증이 도져 2군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김호령은 재활 치료를 하면서 몸을 추스렸다. 다행히 빨리 컨디션이 올라왔고, 지난주부터 퓨처스(2군) 리그 6경기에 출전해 타율 0.471(17타수 8안타), 2볼넷으로 좋은 타격감을 유지했다. 김호령은 "캠프도 손가락 다쳐서 못 갔고, 개막 직전에 다쳐서 마음이 안 좋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지나가면 잘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윙 변화도 성공적이다. 군복무를 하면서 근육량을 늘린 김호령은 정성훈 퓨처스 타격코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호령은 "예전엔 찍어치는 스윙을 했는데, 지금은 올려치는 궤적으로 바꿨다. 정 코치님과 상의했던 부분인데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광주=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2020.06.03 17:56
야구

박용택 "내 생각해주는 후배들 고맙다"

2020 KBO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역대 가장 늦게 개막했다. 누구보다 정규시즌 개막을 애타게 손꼽아온 선수는 '현역 최고령 타자'일지 모른다. 더군다나 1990년 야구에 입문해 올해를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기 때문이다. 바로 LG 박용택(41)이다. 박용택은 2018년 말 LG와 2년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서 '예고 은퇴'를 머릿속에 그렸다. '2020시즌이 끝나면 유니폼을 벗겠다'고 스스로 결정했다. 그는 "계약 당시에 야구를 더 잘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몸의 회복도 더뎠고 무언가 '이제는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더라"며 "2018년 6월 23일 KBO 최다 안타 신기록을 작성한 뒤엔 뭔가 계속 아쉬움이 생겼다. 예전부터 은퇴를 직접 결정하고 싶었었다. 1년만 더 하면 아쉬울 것 같고, 2년이면 나도 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돌아봤다.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늦어졌지만, 박용택은 "마지막 시즌을 늦게 시작해서 더 늦게까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개막이 연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 세계적인 이슈였고, 내 개인적으로 어쩌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빨리 정상화되기만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우리 나이로 마흔둘. 개인적으로 19번째 시즌을 맞는 박용택은 '플레이볼'을 애타게 기다렸고, 그런 만큼 시즌 초반 출발이 산뜻하다. 지난 5일 두산과의 개막전에서 안타 없이 볼넷 2개로 2득점을 올린 박용택은 다음날(6일)부터 16일 키움전까지 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2002년 데뷔 후 개인 역대 한 시즌 최소인 64경기 출장에 그쳤고, 성적(타율 0.282-1홈런-22타점) 역시 가장 저조했던 아쉬움을 초반부터 떨쳐내고 있다. 개막일이 정해지지 않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법하나, 베테랑 박용택은 꾸준한 자기 관리로 초반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타점은 10개로 채은성과 함께 팀 내 공동 1위다.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의 좋은 타격감으로 찬스를 연결하면, 지명타자인 그가 주자를 불러들인다. 득점권 타율은 0.313이다. LG는 최근 6연승 달리는 등 18일까지 공동 2위(7승4패)로 선전하고 있다. 박용택은 "처음에는 정말 안 좋았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시즌 초반 별로 안좋았다"며 "지금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그래도 여느 해보단 연습경기도 많이 하고, 더 빨리 찾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록의 사나이'로 통하는 박용택은 안타를 1개씩 뽑을 때마다 KBO 개인 통산 최다 안타(2449개) 신기록을 늘려가고 있다. 부문 4위이자 현역 선수로는 2위인 한화 김태균(2164안타)과 격차는 285개다. 19일 현재 통산 2150경기에 출장, 향후 74경기 더 출장하면 정성훈(2223경기)이 갖고 있는 개인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도 달성하게 된다. 그가 주전(지명타자)으로 여전히 그라운드를 밟는다는 건 그만큼 팀이 그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꾸준한 자기 관리 속에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현역 선수로 간절한 마지막 목표는 '우승'이다. 휘문중-휘문고-고려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는 LG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자리를 굳혔지만,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한 '우승 트로피'가 마음 한구석에 늘 걸렸다. 팬들에게도 늘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런 대선배를 곁에서 지켜봐 온 후배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박용택 선배에게 우승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한다. 박용택은 "우승을 생각하면서 후배들이 내 생각도 조금씩 해준다는 게 정말 고맙다. 후배들이 각자를 위해서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하고, 그게 모이면서 팀이 발전하게 되는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박용택은 어린 후배들과 함께하며 팀이 점차 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그는 "사실 예전에는 팀 분위기 따로 노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튀는 선수 없이, 누군가 재미난 얘기를 하면 다 같이 웃는 분위기다"며 반겼다. 현역 마지막 시즌 박용택은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고 싶다. 마지막 해는 열심히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우리 팀이 재밌게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대구=이형석 기자 2020.05.20 06:00
야구

[인터뷰]'기록의 사나이' 이진영 "가장 큰 즐거움은 KT의 성장"

질문은 대기록을 세운 소회였다. 답변은 거듭 소속팀을 향한 애정으로 귀결됐다. 데뷔 20년 차 베테랑 이진영(38·KT)은 그저 팀만 생각한다. 이진영은 6월 30일 수원 NC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0-0이던 5회말 무사 2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이재학으로부터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치며 통산 3000루타를 넘어섰다. 역대 13번째 기록이다. 지난해 6월에는 통산 2000경기 출장-2000안타를 세웠다. 리그 역사를 대표하는 타격 장인으로 인정받았다. 영욕이 교차하는 길을 걸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보여준 활약 덕분에 '국민 우익수'로 불리며 사랑받았다. SK 소속으로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렸다. 퇴물 취급도 받았다. 2015년 11월 진행된 2차 드래프트를 앞두고 보호선수 명단(40인)에서 제외됐고, KT로 이적해야 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 탓에 출전 기회도 점차 줄었다. 그렇게 프로 무대에서 스무 번째 시즌을 맞았다. 버텨탰고 대기록이 따라왔다. 이진영은 기록 달성에 담담하다. 그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는 말만 거듭 강조했다. 의미 있는 숫자가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KT가 좋은 팀으로 성장하는데 모든 기운을 쏟고 있다. "나도 언제부터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말이다. - 역대 13번째로 3000루타를 달성한 선수가 됐다. "오랜 시간 동안 야구를 한 덕분에 따라온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팀 승리에 기여하는 안타로 해내서 더 기뻤다. 개인적으로도 영광스럽다. 안타, 홈런이 망라된 누적 기록이다. 좋은 시절도 있었지만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선수 생활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덕분이다. 기회를 준 구단에 감사하다.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하다." - 기록을 의식했나. "물론 기록에 다가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소와 같은 자세로 나섰다. 후속 타순에 황재균과 박경수가 있었다. 팀 배팅을 염두에 뒀다. 결과적으로는 안타가 나왔지만 기록 달성을 염두에 둔 타격은 아니었다." - 무사 2루였다. 공격적인 타격이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다. "어느 순간부터 개인보다 팀이 먼저라는 생각이 커졌다. 의미 있는 기록을 앞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한준, 박기혁, 박경수 등 모든 베테랑이 팀이 이기는데만 집중하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같은 생각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가 미치는 영향은 비단 출전 여부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귀감이 될 수 있는지를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있다. 팀 성적이 안 좋을 때는 더욱 그렇다." - 지난해는 2000경기 출전과 2000안타 달성을 해냈다. 행보 자체가 후배들에 귀감이 된다. "나도 좋은 선배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대기록이 나오면 존경심도 생겼다. '좋은 선수가 돼서 후배들에게 내가 느낀 기운을 주고 싶다'는 동기 부여가 됐다. KT에는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수로 성장하도록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 프로 무대에서만 20번째 시즌이다. 이진영에게 타격이란. "비슷한 연차가 쌓인 선수라면 비슷하지 않을까. 쉽고 재미가 있을 때도 있다. 그러나 항상 어렵다. 가장 어려운 건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것이다. 투수의 보직과 유형이 다양해졌고, 전력 분석도 내가 신인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정교하다. 외인 투수의 수준뿐 아니라 국내 투수도 발전했다. 구속도 빨라지고 변화구도 다양하다. 모든 변수에 맞춰서 내 타격, 내 야구를 지켜내는 건 너무 어려웠다." - 타격자세가 정석은 아니다. 콘택트 능력은 뛰어나다. 비결이 있나. "의아해 하는 분들이 많았다. '어떻게 저런 스윙으로 타격을 할까'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결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폼이 정석이 아니라고 해서 틀린 건 아니다. 중요한 건 준비 과정이다. 3~4년 차에 확실한 지향점을 정립했다. 나도 아마추어 때는 4번 타자로도 나섰다. 그러나 프로에서 살아 남기 위해선 콘택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배트 중심에 맞추는 방법만 고민했고, 현재 타격자세가 만들어졌다. 스텝을 밟지 않는 스윙이 대표적이다. 배팅 훈련 때도 멀리 치려 하지 않는다.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가운데로 뻗도록 집중한다." - 장타력 향상을 지향점으로 삼는 젊은 선수가 많다."대체로 홈런도 많이 치면서 3할 타율도 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타자는 많지 않다. 스스로 방향을 정할 만큼 경험이 쌓여야 한다. 자기 장점을 찾지 못하거나, 지향점을 정하지 못한 후배들은 대체로 성장이 더뎠다. 고참급이지만 기술 조언은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코치님들이 계시다. 그저 더그아웃과 클럽하우스에서 수 싸움, 마인드 컨트롤에 대해 얘기해준다. 솔직히 교과서 같은 타격 자세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연습 때 어떻게 배트 중심에 공을 맞출 것인지 고민하라'는 말은 빼놓지 않고 해준다."- 통산 '최다 출장' 보유자 정성훈은 벤치 멤버가 되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자세가 생겼다고 했다. "내가 (정)성훈이 보다 먼저 팀을 옮기지 않았나. 출전 기회도 전성기보다 크게 줄은 게 사실이다.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당황스럽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감독, 코치님이 잘 봐주셔서 선배들이 지키던 자리에 나설 수 있었다. 선배들을 실력으로 압도하고, 납득시킬 수 있는 후배라면 당연히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에도 도움이 된다. 젊은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잃으면 팀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선배들과 경쟁하는 구도가 많은 팀이 건강한 것이다. 물론 경쟁할 수준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선수가 자리하면 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선수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 20년 차 이진영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KT는 약팀으로 평가된다. 악착같이 잡고 가려는 상대 팀도 많다. 우리는 약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경기가 거듭되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꼴찌가 1위를 이길 수 있는 게 야구다. 강팀을 이기면서 팀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가장 즐겁다." - 유독 베테랑의 역할과 팀의 승리를 많이 강조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다. LG에 있을 때는 내가 잘해야 팀 안에서 영향력을 높일 수 있었다. 현재 KT는 특정 선수의 실력만으로 이길 수 있는 팀이 아니다. 그래서 개인의 영향력보다 다수의 조화가 필요하다. 팀워크가 강한 팀이 돼야 강팀에 맞설 수 있으며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은 내가 그런 팀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일 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젊은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다. 이 선수들의 성장을 보는 것도 내 즐거운이다." - 팀 애착도 크다. "팀과 선수도 궁합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도 힘이 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KT에서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내 자존감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어려운 후배들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경직된 문화도 아니다.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고민하는 후배도 있다." - 자극제는 있나. "나이가 아닐까. 선배들 가운데는 나보다 오래 뛴 선수도 많다. 아직 소외될 나이는 아닌 것 같고, 경쟁력도 있다고 본다. 베테랑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려니 한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출전하게 되면 그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한다. 나를 압도하는 후배가 나오면 당연히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러나 아직은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8.07.06 05:59
야구

배팅볼 던지고 타격 연습도 두 번, KIA 정성훈

빨간 연습 유니폼을 입은 KIA 선수단 중 1명이 마운드에서 배팅볼을 던졌다. 올 시즌 유니폼을 갈아입은 KIA 정성훈(38)이다.정성훈은 지난 24일 kt와 개막전에서 KBO 리그 역대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을 달성한 야수다. 프로야구 역사상 딱 10명만 달성한 2000안타 고지도 지난해 밟았다. 그런 베테랑이 2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전을 앞두고 타석이 아닌 마운드에 올랐다. 잠시 뒤 노란 상자에서 공을 꺼내 잡더니 타자들을 향해 던졌다. 배팅볼 투수를 자청한 것이다. 그렇게 15분가량 배팅볼을 던졌다. 베테랑 선수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 물론 정성훈에게도 낯선 시간이었다. 매번 배팅볼 투수의 공을 받아치던 그가 이번에는 반대로 배팅볼 투수로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후배들의 훈련을 돕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경기 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석이조 효과. 정성훈은 "3루 송구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한동안 안 던져 봐서…"라며 웃었다. 지난해 11월 LG로부터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전해 들은 정성훈은 2차 드래프트에서도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고향팀 KIA에서 손을 내밀어 선수 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다. LG에서 최근 몇 년간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활약한 그는 KIA에서 경기 후반 대타 혹은 대수비 역할을 맡고 있다. 1999년 해태에 입단할 당시 3루수로 뛴 정성훈이지만, 오랜만에 나서는 만큼 스스로 나서 연습하고 있다. 정성훈은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더 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3루수로 나선) 경험이 거의 없으니까"라고 말했다. 정성훈의 배팅볼은 진지하다. 그는 "내게 연습 효과가 첫 번째지만, 타석에 있는 선수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지 않나"라며 "(설렁설렁하면) 기분 나쁠 수 있으니까 진지하게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대선배의 공을 받아친 KIA 타선은 이날 경기에서 홈런 6방을 터뜨리며 17-0 대승을 거뒀다. 구단 관계자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후배들이 정성훈의 수비 범위와 송구 실력을 보고 여전하다며 놀라워했다"고 귀띔했다. 정성훈에게 "앞으로도 배팅볼을 던질 계획이 있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던질 사람이 없으면 배팅볼 투수로 나서겠다. 시간이 많이 남으니까…"였다. KIA 타선이 워낙 막강한 탓에 정성훈의 팀 내 입지는 예전과 많이 다른 상황이지만, 팀을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28일 경기를 앞두고는 두 차례 프리배팅을 했다. 1차로 주전 선수들과 훈련한 뒤 수비 훈련을 마치고 또 배팅 게이지에 들어서 공을 쳤다. 그는 "많이 해야죠"라며 웃었다.정성훈은 이제 선발이 아닌 교체로 출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개인과 팀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대비하고 있다. KIA와 정성훈은 그렇게 팀 캐치프레이즈처럼 '동행'하고 있다. 광주=이형석 기자 2018.03.29 06:30
야구

정성훈의 진심, 새 기록은 '덤덤' · 새 출발은 '설렘'

정성훈(38·KIA)은 감사하다. 야구장에서 보고, 듣고, 겪는 모든 게 말이다. 시련을 딛고 새로운 가치를 찾았다. 2017년의 끝은 처참했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린 11월 22일, 정성훈은 9시즌 동안 뛴 LG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115경기에서 타율 0.312·6홈런·30타점·32득점을 기록했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증명했다. 하지만 리빌딩 기조를 강화한 LG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두 달 동안 무적으로 보냈다. 2018년 스토브리그는 유독 베테랑에게 가혹했다. 20번째 시즌은 없을 것 같았다. 그때 KIA가 손을 내밀었다. 입단과 데뷔를 한 친정팀이다. 정성훈은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고, KIA는 오른손 대타를 얻었다. 스프링캠프를 소화했고 바로 팀에 녹아들었다. 김기태 KIA 감독도 "훈련에서도 허슬플레이를 하더라.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존재다"며 반겼다. 소속팀을 잃었던 순간을 돌아본 그는 "마무리가 너무 좋지 않아서 허탈했다"고 했다. "현대에서 뛴 6시즌(0.288)보다 LG에서 뛴 9시즌(0.303) 타율이 더 좋았는데"라며 말끝을 흐리기도. 보탬이 될 수 있는 기량이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엿보였다. 지금은 털어냈다. "다시 야구를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고 웃어보인 뒤 "예전에는 막연하게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놓였다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되니 모든 게 새롭고 간절하다"며 속내를 전했다. 경기장 한 바퀴를 더 돌고, 배트 한 번을 더 돌린다. "이 순간이 소중한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며. 즐거움도 생겼다. 정성훈은 "KIA 타자들의 훈련과 경기를 지켜보면 놀랄 때가 많다. 좋은 결과를 내는 기술이 정말 뛰어나다. 기량이 올라온 선수들도 훈련할 때 집중력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가 20년이 넘다 보니 어릴 때보다는 관점이 다양해졌다. 이 점을 감안해도 KIA 타자들은 정말 뛰어나다"며 감탄했다. 안치홍, 김선빈 등 9~10년 후배들에게도 배운다. 박용택(LG)과 나누던 '타격 토론'은 이제 이범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타격에는 정답이 없다"는 정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맡은 임무도 문제 없이 소화할 전망이다. 정성훈은 대타 요원이다. 데뷔 시즌(1999년)부터 주전으로 나선 그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험이 자산이 됐다. 정성훈은 "지난해 백업으로 뛰면서 느낀 게 많다. 벤치를 지키다가 단 한 번 주어진 기회에 결과를 내야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인 줄 나도 몰랐고, 새삼 대타 요원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그 과정에서 적응력을 키웠고 '이제는 주전이 아니다'는 자괴감을 달래기도 했다. 동료들의 타격은 더 집중해서 지켜볼 수 있다. "언젠가 지도자를 하게 되면 백업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목표는 "임무를 잘 해내서 팀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정성훈의 가치가 온전히 인정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당장 개막전에서 대기록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2135경기를 뛰었다. 양준혁(전 삼성)의 종전 기록과 타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 꾸준한 기량 유지가 동반돼야 해낼 수 있는 기록이다. 정성훈은 담담하다. "그저 현역으로 오래 뛰었기 때문이다. 크게 조명받을 기록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 팀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달성한 기록이라면 더 멋있었겠다. 난 자의든 타이든 몇 차례 팀을 옮기지 않았나"라며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한 마음은 빼놓지 않았다. "프로 데뷔전을 한 팀 소속으로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된 건 의미가 있다. (박)용택이 형은 물론 젊은 선수들이 깨지 않을까. 나는 그저 다시 그라운드에 선 것과 기회를 준 KIA에 감사할 뿐이다"고 했다. 정성훈의 2018년은 그렇게 감사와 설렘으로 시작한다. 부산=안희수 기자 An.heesoo@jtbc.co.kr 2018.03.22 05:59
야구

[인터뷰] 백창수 "86일을 넘어 포스트시즌까지 버텨야죠"

LG 외야 주전 경쟁에 백창수(30)가 가세했다. 데뷔 8년 만에 1군 무대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 시즌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잠시 1군에 머물다가 사라진다. 백창수도 지난해까지 그랬다. 뛰어난 타격 능력에 비해 수비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지만 큰 발전이 없었다. 2014년엔 1군에서 51경기에 출전했다. 2015년엔 25경기에서 타율 0.323를 기록했다. 하지만 '반쪽 선수'가 1군에서 자리를 지킬 순 없었다. 올해는 기회를 잡았다. LG는 지난 5월 29일 이형종, 정성훈, 유강남 등 주전 선수를 대거 2군으로 내렸다. 이전 5경기에서 전패를 당하며 처진 분위기를 쇄신하려 했다. 백창수는 이때 올라왔다. 일시적인 대안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반전을 보여 줬다. 교체 출장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6월 7일 kt전에선 9회초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7월부터는 선발 출전이 많아졌다. 매년 붙박이 1번 타자 부재에 시달리는 타선에 대안이 됐다. 올 시즌 29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386. 전반기 히트 상품인 이형종에 버금가는 '깜짝 활약'이다. 수비도 아직까진 무난하다. 지난 23일 삼성전에서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왼발가락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후 출전 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컨디션 관리를 받을만큼 팀에서 중요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LG는 지난 27일 경기 전 지난해 주전 우익수 채은성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백창수가 한 자리를 꿰차면서 부진한 선수에게 컨디션을 관리할 시간을 줄 수 있었다. 백창수와 얘기를 나눴다. 절실한 선수였다. 몇 경기 선전에 결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나는 당장 내일이라도 2군에 내려갈 수 있는 선수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리를 지키고 싶다. 항상 힘을 준 아내에게도 보답하고 싶다. 매일 "오늘만이라도 잘하자"는 다짐으로 타석에 선다. - 지난 23일 삼성전에서 타박상을 입었다.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현재 몸 상태는 괜찮다. 결장을 통해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는 자리 보존을 장담할 수 없는 선수 아닌가. 불안한 마음에 다시 경기에 나갈 순간을 계속 머릿속에 그렸다. 1군에 올라온 뒤 내가 그동안 보여 준 경기력이 어땠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 그동안 1군에선 성적이 안 좋았다. 올해는 무엇이 달라졌나."기술적인 변화는 없다. 나는 내 스윙 자세를 고수하는 편이다. 2군에서 지도를 받은 신경식 타격코치님과 서용빈 1군 타격코치님이 모두 존중해 준다. 문제가 생겼을 때만 짚어 준다. 큰 틀에서 변화를 주지 않고 쌓아온 스윙 메커니즘이 통하기 시작했다. 양상문 감독님이 '간결해졌다'고 평가해 주셔서 뿌듯했다." - 가장 큰 효과를 얻은 조언이 있다면."타석에서의 결과는 결국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갈린다. 성적이 안 좋을 땐 여지없이 타이밍이 늦었다. 나는 1군 경험이 적은 선수다. 서용빈, 손인호 코치님이 타이밍 싸움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많이 해 준다. 타석에서도 타이밍을 맞추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결과도 따라오고 있다." - 1군에 콜업된 직후엔 주로 교체 출장을 했다. 그때도 타격감이 좋았다."나는 1군에 올라와도 주로 벤치에서 대기하던 선수다. 그래서 항상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많지 않은 기회에서 팀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야 했다. 경기 전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 투수와의 승부를 그린다. 구체적으로 특정 선수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 효과를 본 것 같다." - LG의 리빌딩 기조는 동기 부여가 되던가."솔직히 말하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진 않았다. 지난해는 세대교체 주자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2군 선수들의 목표는 한 가지다. 자신의 장점을 어필해 1군에서 뛸 기회를 얻을 생각만 한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장점인 타격 능력을 보여 주고, 약점인 수비력을 보완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했다. 다행히 2군 코칭스태프가 잘 알아주신 것 같다." - LG는 매년 1번 타자가 고민이다. 대안이 됐다. "솔직히 타순에 따라 다른 지향점을 갖고 타격을 하진 않는다. 2회초에 나서는 첫 번째 타자도 리드오프 아닌가. 리드오프라는 단어에 연연하면 부담만 커질 것 같다. 새 외인 타자가 합류하면서 타순도 변동됐다. 어떤 타순에 나간다 해도 안타와 출루를 노린다." - 전반기 LG 히트 상품은 이형종이다. 배턴을 이어받았다는 평가다. "프로 무대 데뷔 뒤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1군에서 뛰면 많은 관중 속에서 경기를 할 수 있다. 재미있다. 그래서 오래 남아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여전히 여유는 없다. 그저 '오늘만 잘하자'는 생각이다. 매 경기가 그렇다. 나는 오늘 못하면 내일 2군으로 갈 수 있는 선수다." -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프로는 수비력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환했다. 수비 자신감이 떨어지니 강점이라고 생각했던 타격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 선발 출장 기회가 많아졌다. 수비는 어떤가."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졌다. 당장 6월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는 마음속으로 '나에게 공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향후 보완점도 수비인가."당연하다. 타율에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떨어져도 다시 올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졌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서는 실전 경기에서 안정감을 보여 줘야 한다. 군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 경기가 시험대다. 높은 타율을 유지하고 있어도 항상 긴장된다." - 남은 시즌 목표가 있다면."콜업된 뒤 가장 오래 1군에 머문 기간이 86일에 불과하다. 2014년이었다. 올해는 팀의 마지막 경기까지 1군에 머물고 싶다. 내가 테이블 세터로 나서면서 포스트시즌까지 진출하는 게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다. 아직 1군 선수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경기장에서는 욕심을 내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ins.com 2017.07.31 06: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