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IT서비스 자회사 LG CNS가 육아휴직자들까지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시켜 해고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육아휴직자들을 기존 업무와는 상관없는 부서에 배치해 저성과자로 유도해 내보내는 이른바 '소프트아웃'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7일 업계에 따르면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LG CNS는 육아휴직자들을 기존 업무와는 상관없는 부서로 인사이동을 시키고 있다.
1년 간 육아휴직을 마치고 올해 중에 복귀할 예정인 LG CNS의 직원 강모씨(가명)는 최근 상사로부터 '복귀하게 되면 다른 부서로 발령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강씨는 "새로 발령 받는 부서는 어디인지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직군과는 상관없이 보낸다고 하니 아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교육을 시켜준다고 하지만 기존에 있던 직원들의 실력을 넘을 수 없고 결국 나중에 인사고과에서 저성과자로 분류해 해고하려는 수순으로 보인다"고도 주장했다.
LG CNS는 일명 '소프트아웃 프로그램'이라는 조직 개편 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희망퇴직 프로그램으로 업무 저성과자들을 대상으로 근무연수 등에 따라 일정 수준의 위로금 및 월급을 일괄 지급하고 내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강제전배(전보+배치) 조치를 하면서 현재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직원들을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강제전배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육아휴직자들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의 또 다른 직원은 "현재 본사 지원 조직을 대상으로 30%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각 부서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현재 업무를 하고 있는 직원보다 업무를 잠시 쉬고 있는 육아휴직자를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근로자에게 1년 이내의 휴직 기간을 주는 제도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또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나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복귀를 하지도 않은 직원을 새로운 직무에 이동시키는 LG CNS의 강제전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정은 노무사는 "급여 수준이 바뀌지는 않지만 회사에서 육아휴직자를 대상으로 강제전배를 하면서 업무 환경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이 부당하다고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법원 소송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로서는 회사의 강제전배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시직장맘지원센터 종합상담팀장 김명희 노무사도 "육아휴직 중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회사에서 강제전보를 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이같은 전보가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등 회사 내규 및 업무관행 상 문제가 된다고 판단되면 전보발령을 받은 후 3개월 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LG CNS는 육아휴직자 4~5명에게 전배 통보를 했지만 법은 어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육아휴직이 끝난 이후 발령을 받기 때문에 법을 어긴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육아휴직자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시킨 적이 없다"며 "소프트아웃이라는 제도도 명시적으로 갖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올해 인력을 현장으로 업무 재배치할 계획은 갖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없다"고 했다.
LG CNS는 여성 인력이 전체의 30% 이상 수준으로 LG 계열사 내에서도 LG생활건강 다음으로 여성 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