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강정호는 최근 키움 히어로즈 구단에 연락해 "KBO리그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4월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강정호의 임의해지(임의탈퇴) 복귀는 허가하지만 2022시즌 선수 계약은 불허한다"고 밝힌 지 한 달여 만에 거취를 정한 셈이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 포기는 2020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이번 결정으로 그는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게 됐다.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KBO리그 경력에 마침표가 찍혔다. 강정호는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2016년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84%의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 한동안 미국 비자발급이 거부되기도 했다.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히어로즈에서 뛰던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구단 미보고 음주운전 적발이 있었다는 게 드러나 파문이 더 커졌다.
강정호는 국내 복귀를 결정한 2020년 5월 KBO로부터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KBO리그 구단과 계약해도 1년 동안 경기 출전 및 훈련 참가를 하지 못하는 중징계였다. 거취를 고민하던 강정호는 그해 6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을 철회했다"며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던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며 은퇴를 시사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강정호의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3월이었다. 키움 구단이 그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면서부터다. 키움은 고형욱 단장이 미국에 체류 중인 강정호와 세 차례 통화로 복귀 의사를 확인했고 2022시즌 선수 계약(최저연봉 3000만원)까지 마쳤다. 이어 KBO에 임의해지 복귀 신청서를 제출, 강정호의 복귀를 공식화했다. "구단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 속에 고형욱 키움 단장은 "선배 야구인으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2015년 1월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에 진출하면서 임의해지 절차를 밟았다. KBO리그로 돌아오려면 임의해지를 풀고 '1년 유기 실격' 징계를 소화해야 했다. 키움의 요청을 받은 KBO는 고심을 거듭한 끝에 '임의해지 복귀는 허용, 선수 계약은 승인 불가'로 결론 내렸다. KBO 규약 제44조 제4항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 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을 적용, 강정호의 선수 계약을 불허한 것이다.
지난해 방역 지침 위반으로 여러 선수가 징계를 받는 등 KBO리그의 위기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강정호까지 복귀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후폭풍을 무시할 수 없었다. 키움은 KBO 발표 후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야구계 안팎에선 임의해지 승인과 선수 계약 승인을 분리해 적용한 KBO가 강정호 측의 허를 찔렀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KBO가 선수 복귀를 불허한 전례가 없는 만큼 법리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거취를 고민하던 강정호는 스스로 복귀 의사를 접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강정호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타율 0.298(3070타수 916안타) 139홈런 545타점이다.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4회(2010, 2012~14) 수상했고 2014년에는 리그 사상 첫 '유격수 40홈런' 시대를 열기도 했다. 박병호(현 KT 위즈)와 함께 중심 타선을 이끌며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를 한국시리즈에 올려놓기도 했다. 2015년 1월에는 피츠버그와 계약, 빅리그 진출 꿈도 이뤘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키움은 강정호와의 끈을 놓지 못했다. 야구계 안팎의 거센 비판을 예상하고도 그의 복귀를 추진했다. 결국 키움이 퇴출하지 못한 강정호는 '자퇴'로 KBO리그 경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