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령별 대표팀을 포함한 남자축구 한일전 4경기 전적이다. 거짓말처럼 모두 0-3 패배였다. 지난 27일 동아시안컵에서 설욕전을 펼치겠다던 형님들이 한일전 4연패 막장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쯤 되면 일본 축구가 한국을 압도하는 게 확실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동아시안컵 일본전 중계를 한 박문성 해설위원은 “벤투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총체적인 문제다. 전술적 실수는 차치하고, 기본기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본질적으로 축구를 못 한다”고 지적하면서 “축구협회가 답해야 한다. 문제를 파악해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연령별 한일전 4경기는 그 양상이 비슷했다. 일본이 체력과 피지컬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한국 축구의 강점이라던 ‘투지’와 ‘터프함’에서도 오히려 일본이 앞섰다.
27일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일본 선수들의 강한 압박이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압박은 선수 개인이 무작정 달려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교한 훈련을 통해, 플레이에 약속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 클럽이 J리그 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 대표팀이 준비한 전술과 훈련에서 차이가 났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압박에 있어서는 일본대표팀이 오랜 기간 잘 준비했다.
그 비결은 일본축구협회의 탄탄한 준비였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일본 관계자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다. 일본축구협회가 진행하는 지도자 강습회에서 초반 1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강연을 하지 않은 채 영상만 틀어주더란다. 그 영상은 중국과 한국 선수들이 경기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거친 수비를 하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피지컬이나 몸싸움, 투쟁심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본 선수들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축구협회가 지도자 교육부터 전면적으로 새로 시작했다는 뜻이다.
일본 축구는 전통적으로 기술이 좋지만, 강한 수비는 취약하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이 0-3 패배한 4경기를 보면 완전히 다르다. 일본에는 유럽 다양한 리그를 경험하고 온 수비수들이 많다. 강한 상대를 만나면 거칠게 밀어붙인다. 지난달 한국과 일본이 차례로 브라질과 평가전을 해서 본의 아니게 '간접 한일전'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은 1-5로 졌고, 일본이 0-1로 선전했다. 일본은 경고를 받을 정도로 거칠게 수비하며 브라질 선수들을 위축시켰고,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어린 연령대 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일본에 압도당했다. 그야말로 위험 신호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나폴리)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슈퍼스타를 배출해왔다. 반면 일본은 두꺼운 선수층을 만들었다. 그래서 정예 멤버로 한일전을 치르면 일본이 한국의 '한방'에 얻어맞을 때가 있다. 그런데 유럽파가 빠지면 한국이 맥을 못 춘다.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뛰어난 소수가, 일본 축구는 협회의 섬세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한 장기 플랜이 강점이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방식이 통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축구협회에 비해 기획력과 추진력에서 밀리는 한 소수의 스타에 기대는 방식은 금세 한계에 부딪힌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프로팀 숫자, 유소년 등록선수 수 등 여러 부문에서 드러나는 한국과 일본 축구의 누적된 격차가 이번 4연패에서 드러난 셈이다. 전체적인 레벨에서 한국이 일본에 부족해진 게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