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안세영(24)은 기선 제압, 베테랑 김가은(28)은 일격을 가했다. 박주봉(62) 총감독은 명장다운 전술을 펼쳤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은 그렇게 정상에 올랐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3일(한국시간) 덴마크에서 열린 2026 세계여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우버컵)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3-1로 이겼다. 한국은 2022년 이후 4년 만이자, 통산 3번째로 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예선전부터 준결승전까지 단식 1경기 주자로 나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던 안세영은 이날 결승전에서도 세계 랭킹 1위다운 저력을 보여줬다. 랭킹 2위 왕즈이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40분 만에 게임 스코어 2-0으로 완승을 거둔 것.
안세영은 지난 3월 전영 오픈 결승전에서 왕즈이에게 0-2으로 패했고, 바로 전 맞대결이었던 4월 아시아선수권 결승전에서도 1게임을 내주며 2-1로 신승을 거뒀다. 하지만 단체전 첫 주자로 나선 이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끊임 없이 랠리 게임을 만들어 초반부터 왕즈이의 체력을 빼놓았다. 주무기 대각선 하프 스매시도 날카로웠다. 안세영이 1승을 따놓고 시작하는 한국의 승리 공식은 결승전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셔틀콕 여제'다운 저력을 발휘한 안세영. 천위페이를 꺾은 김가은.
승부처는 단식 2경기였다. 한국은 이소희-정나은 조가 나선 복식 1경기에서 이 종목 1위 류성수-탄닝 조에 패했지만, 단식 2경기에서 김가은이 천위페이를 2-0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을 상대로도 7연승을 거둔 바 있는 랭킹 4위 강자다. 김가은은 이 대회 전까지 천위페이 상대 1승 8패로 밀려 있었다. 하지만 이날 김가은은 천위페이보다 훨씬 안정감 있는 스트로크와 노련한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1게임 13-16에서 연속 7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었고, 2게임에서는 수 차례 몸을 날리는 수비로 상대의 범실을 끌어냈다.
김가은은 2022년 코리아 오픈 이후 4년 만에 천위페이에 승리했다. 그는 경기 뒤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 승리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거 같아. 대만전(8강전에서 부진했는데, 팀(한국)에 1승을 줄 수 있어 뿌듯하다"라고 했다.
백하나(오른쪽)과 김혜정.
한국이 우승을 확정한 복식 2경기에선 박주봉 감독의 전략이 통했다. 박 감독은 결승전 오더를 내며 원래 이소희와 페어를 이루던 백하나를 김혜정과 붙여 자이판-장수셴 조에 내세웠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민첩성을 바탕으로 전위에서 네트 앞 장악을 이끄는 선수다. 보통 복식 조는 후위에서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 전위에서 수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조합하는데, 이날 박주봉 감독은 강점이 비슷한 선수들을 한 코트에 내세우는 전략을 들고 나섰다.
백하나와 김혜정은이 국제대회에서 조를 이룬 건 5경기에 불과했지만, 이날 결승전에서는 오랜 시간 호흡한 '단짝' 같았다. 그렇게 1게임을 내준 뒤 내리 2·3게임을 잡고 한국의 우승을 결정지었다.
한국은 우버컵 우승으로 오는 9월 열리는 아시안게임 호성적 기대도 높였다. 복식은 항상 1위를 노릴 수 있는 전력을 구축하고 있고, 단식에서도 김가은이 도약 발판을 만들며, 안세영이 홀로 중국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