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른바 '짝퉁차'가 다시 활개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업체들이 과거의 '대 놓고 베끼기' 전략을 다시 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시노자동차허브(SVH)는 최근 일본 도요타의 픽업트럭과 디자인과 이름이 유사하지만, 성능은 크게 떨어지는 픽업트럭을 10분의 1 가격에 내놨다.
문제가 된 모델은 SVH의 픽업트럭 '툰다(Tundar)'로 도요타 '툰드라(Tundra)'와 외관이 분간 안 될 정도다. 두 모델 모두 4인승 픽업트럭이고 전면 그릴에 6각형 패턴을 적용했다. 헤드라이트 모양도 유사하다.
디자인뿐만이 아니다. 이름도 유사하다. 차량명 스펠링을 보면 마지막 두 글자 'r'과 'a'의 순서만 다르다. 심지어 중국산 툰다의 후면에는 대놓고 도요타 차량명인 '툰드라(TUNDRA)'란 영문 글자를 양각으로 새겼다.
다만 성능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도요타의 툰드라는 3.5L 트윈 터보차저 V6 엔진이 탑재됐지만 툰다는 1.0L 3기통 엔진이 들어갔다. 가격도 큰 차이를 보인다. 툰드라의 가격은 5122만~8253만원이고 툰다는 853만원부터 시작한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베끼기' 관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중국 장링자동차는 2014년 영국 재규어랜드로보의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쏙 빼닮은 스포츠다목적차(SUV) '랜드윈드X7'를 선보여 논란이 된 바 있다.
단지 디자인만 베낀 것이 아니었다. 랜드윈드 X7의 스펙은 2.0L 터보 4기통 엔진에 최고 출력이 190마력이었는데, 이 스펙 역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동일했다.
디자인과 스펙은 같지만 단 한 가지, 가격만 달랐다. 당시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약 7000만원인데 반해 랜드윈드 X7은 이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 2450만원 선이었다.
중국 중타이자동차는 2016년 포르쉐 마칸과 유사한 T700 모델을 출시했다. T700 역시 마칸과 가격만 달랐다. 당시 T700 가격은 약 3000만원으로 마칸의 약 1억원의 3분의 1 이하에 판매됐다.
자동차 업계는 중국이 디자인 카피에 대해 관대한 국가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내에서 디자인 도용 관련 소송에 나서봤자,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피아트는 지난 2008년 장성기차의 페리가 판다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고 오히려 법정 비용을 지불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포르쉐 역시 2014년 T700를 제작한 중국 중타이자동차를 대상으로 소송에 들어갔지만, 판결은 요원하다.
앞서 언급한 랜드위드 X7 관련 재규어랜드로버가 승소한 게 유일하다. 이마저도 2014년 소송 후 5년이 지난 2019년에서야 베이징 차오양 지방법원은 장링자동차의 디자인 도용을 인정했다. 이미 랜드윈드X7가 중국에서 수십만 대 팔린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