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연기 변신은 늘 새롭다. 그리고 짜릿하다. 2022년 유독 눈에 띄는 배우들을 꼽자면 유해진, 마동석, 라미란이다. 세 배우는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만나 변신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들은 주로 활동하는 영화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다만 ‘액션 배우’, ‘코미디 배우’라는 카테고리 안에 가두기에는 연기 스펙트럼의 범위가 한계가 없다. 통쾌한 액션물 ‘범죄도시2’로 천만영화를 달성한 마동석은 장르의 변경을 꾀해 코미디에 발을 뻗었다. 코믹 연기의 대가로 꼽는 유해진, 라미란은 각각 스릴러 사극과 휴먼 드라마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유해진, 마동석, 라미란이 영화 ‘올빼미’, ‘압꾸정’, ‘고속도로 가족’으로 또 새로운 변신을 추가했다. 유해진은 특유의 친근함을 벗고 첫 왕 역할에 도전했다. ‘올빼미’(23일 개봉)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류준열 분)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유해진은 전작 ‘타짜’, ‘해적:바다로 간 산적’, ‘럭키’, ‘공조’ 때의 친근함을 뒤로 물리고 ‘올빼미’로 새 옷을 입는다.
영화에서 유해진이 맡은 인조는 아들 소현세자의 죽음에 맞물려 정체 모를 두려움과 광기에 휩싸여서 산다. 유해진은 감정을 숨기는 심리 연기, 세밀한 감정 연기를 동시에 보여주며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인조는 바로 전작인 누적 관객수 698만 명을 동원한 ‘공조: 인터내셔날’(‘공조2’) 속 남한 형사 강진태와는 극과 극의 캐릭터다. 유해진은 ‘공조2’에서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침체됐던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액션 코미디에서 정통 사극 스릴러로 생애 첫 왕 역할을 맡게 된 유해진은 인터뷰마다 “기존에 대중이 생각하는 친근하면서도 서민적인 모습이 있는데, 과연 새로운 모습도 흔쾌히 받아들이실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마동석은 ‘범죄도시’가 아닌 ‘뷰티도시’의 마블리로 돌아온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압꾸정’은 샘솟는 사업 아이디어로 입만 살아있는 압구정 토박이가 실력있는 성형외과 의사와 손잡고 K뷰티의 시조새가 된 이야기를 그린다. 마동석은 압구정 토박이 강대국으로 변신해 지금껏 보지 못한 역대급 매력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압꾸정’은 ‘범죄도시’ 시리즈와 함께 마동석이 이끄는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관 속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마동석은 “출연했던 100여 편 영화 중 옷을 가장 많이 갈아입은 영화”라며 “외형적 부분뿐 아니라 말투, 사업 아이디어도 연구했다”고 새로운 모습을 예고했다.
앞서 마동석은 ‘범죄도시2’에서 제작 및 형사 마석도 역을 맡아 펜데믹 이후 최초 천만영화의 신기록을 썼다. 제작자 역할을 겸해 손석구, 박지환, 최귀화 등을 캐스팅했고, 통쾌한 액션으로 팬데믹에 지친 관객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마동석은 코미디로 차기작을 택한 이유로 “편하게 극장에 와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코미디 퀸’ 라미란은 웃음을 쏙 뺀 ‘고속도로 가족’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 영화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이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라미란은 극 중 가구점을 운영하는 영선을 맡아 생활감이 묻어난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2’ 속 능청스러운 연기를 기억하는 대중의 허를 찌르듯 이번 영화에서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인물을 다채롭게 그렸다. 라미란은 “즐거움을 주는 인물을 많이 했는데 영선은 한없이 심연 속으로 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면이 정말 끌렸다. 오히려 내 결에 맞는, 평소의 호흡과 템포에 잘 맞는 역할이라서 편안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