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타격 훈련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일 오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이정후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팀 훈련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2022.3.2 dwise@yna.co.kr/2023-03-02 17:27:47/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는 올 겨울 타격 폼에 변화를 줬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그는 155㎞/h 이상 강속구를 구사하는 투수가 많은 무대에서 빨리 적응하고자 도전을 선택했다. 절친한 선배이자 빅리거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조언도 들었다.
변화의 핵심은 더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만드는 것. 귀와 같은 높이에 있었던 톱 위치(배트를 잡은 손)를 낮춰서 테이크 백(스윙하기 전 배트를 뒤쪽으로 빼는 동작)을 줄이려 했다. 스윙 전 스탠스 폭도 좁혔다. 앞발(좌타자 기준 오른발)을 뒤로 당겼다가, 다시 앞으로 나가면서 스윙 하던 특유의 동작도 간결하게 만들었다.
이정후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앞두고 있다. 간판타자인 그의 타격감에 대회 성적이 좌우될 수 있다. 이정후의 새 타격 폼 적응은 야구 대표팀에도 큰 이슈다.
이정후는 아직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대표팀 미국(애리조나주 투손) 전지훈련을 마치고 1일 귀국한 이정후는 "실전 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 아직 공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내가 걱정이다. (2~3일 진행되는) 국내 훈련을 통해 더 가다듬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정후는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10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지난달 17일(한국시간) NC 다이노스전에선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20일 KIA 타이거전 3타수 1안타, 24·25일 KT 위즈와의 2연전에서 각각 3타수 2안타와 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기록은 나쁘지 않은 기록이지만, 이정후는 자신이 원하는 메커니즘을 완성하지 못한 것 같다.
조바심은 없다. 이정후의 얼굴과 기운은 여유가 엿보였다. 그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폼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이) 잘 안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래도 여러 변화를 줘보면서 가장 편안한 폼을 찾고 한국에 들어온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정후는 실력만큼 멘털 관리도 뛰어나다. 2020년 9월 첫 10경기에서 타율 0.205에 그치며 데뷔 뒤 가장 심한 슬럼프를 빠졌을 때 그는 "내 타격감이 안 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정 조절부터 잘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정후는 9월 둘째 주 주말부터 맹타를 휘둘렀고, 월간(9월) 타율도 0.352까지 끌어올렸다.
2021시즌 전반기도 타격감 기복이 있었는데, 아버지인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도움을 받았다. 동기부여가 줄어 매너리즘에 빠진 지난 시즌 전반기에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다그쳤다.
이정후는 타격 폼 변화에 뒤따르는 시행착오를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잘 안 맞을 줄 알았다"는 말에서 오히려 여유가 전해진다. WBC도 활약도 자신하고 있다. 그는 "꼭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딱히 없다. 그냥 여러 MLB 투수들을 상대하고 싶다. MLB 선수들이 많이 있는 국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4강이 열리는) 미국을 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는 설렘으로 WBC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