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3회 연속 탈락의 부진에 대해 사과했다.
KBO는 "대표팀이 2023 WBC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경기력을 보인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야구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고 16일 밝혔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2승 2패로 탈락했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의 호주에 7-8로 졌고, 일본에 4-13으로 패하며 벌어진 격차를 실감했다. KBO는 "16일 2023년 제2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이 사안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리그 경기력과 국가대표팀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최고급 호텔에 한식 전담 요리사를 배정하고, 모든 선수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해 전력 분석까지 용이하도록 지원했다.
더군다나 이번 대회 B조는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한국은 가장 약한 조에 편성됐음에도, 1라운드 탈락과 함께 저조한 경기력에 많은 팬들이 실망했다
한국 야구는 2006년 WBC 4강,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화, 2009 WBC 준우승의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연달아 고전하고 있다. 타이중(2013 WBC) 참사, 고척 참사(2017 고척), 도쿄 참사(2023 WBC)까지, 모두 '참사'라고 불릴 만큼 한국 야구는 초토화됐다.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선수들의 기량이나 책임감이 과거보다 떨어진다. 계속된 논란으로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포기하고 프로 우승팀 감독에게 지휘봉을 다시 맡겼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 월드 투어(취소)나 미국 현지에서 KBO리그 개막전 추진 등 외연 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트라이크존까지 확대했지만, '임시 처방'에 불과했다. 2차 드래프트 폐지와 재도입, 신인 1차 지명 폐지와 부활, 외국인 연봉 상한선 등의 규정과 제도는 너무 자주 바뀐다. 구단들의 이익과 근시안적 논리 탓이다. 이런 다양한 요인들로 한국 야구는 경쟁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
한국 야구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면, KBO리그의 근간인 유소년 야구도 흔들린다.
과거의 환희와 명성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KBO와 구단, 아마 야구가 심각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또다시 이런 아픔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있어야 한다.
KBO는 "KBO와 10개 구단은 이번 WBC 대회 결과에 큰 책임을 통감하며, 여러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각 단체와 협력하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KBO 리그의 경기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