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작은 변화가 김진호(25·NC 다이노스)의 야구 인생을 바꾸고 있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힘들지 않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갈 수 있다는 게 기분 좋다.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웃었다.
오른손 투수 김진호는 지난해까지 '애매한 선수'였다. 구속이 빠른 것도 제구가 정교한 것도 아니었다. 2020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세 시즌 평균자책점이 7.00. 주로 큰 점수 차로 뒤지거나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졌을 때 투입되는 추격조로 뛰었다. 그런데 올해 팀 내 입지가 달라졌다. 강인권 NC 감독은 승부가 팽팽하거나 리드 상황에서 김진호를 호출한다.
일취월장했다. 김진호는 26일 기준으로 12경기 등판, 1승 1패 5홀드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구승민(롯데 자이언츠·6홀드)에 이어 홀드 공동 2위. 9이닝당 탈삼진은 12.66개로 최소 10이닝 이상 소화한 불펜 투수 중 김원중(롯데)과 함께 공동 1위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불펜 지표가 상위권이다.
비결은 '직구'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진호의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4.9㎞/h에서 올해 148.3㎞/h로 3.4㎞/h가 상향했다. 그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용찬 선배의 조언을 들었다. 투구 폼에선 큰 차이가 없는데 미세 조정을 했다. 투구 시 글러브 낀 팔이 옆으로 벌어지는 걸 잡았다"며 "팔을 안쪽으로 잡아두니 공을 던질 때 힘이 더 받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더 강하게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체 밸런스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도 거르지 않았다. 그 결과 구속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확신을 받은 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였다. 김진호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투손에서 열린 WBC 대비 연습경기에 NC 6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무실점했다. 그는 "조언을 받고 치른 첫 실전이 WBC 연습경기였다. 그때 '괜찮다'는 걸 느꼈다. 대표팀 소속으로 경기를 지켜본 이용찬 선배도 '잘 찾은 거 같다'고 얘길 해줬다. 첫 경기부터 구속이 그렇게 잘 나올 줄 몰랐다"고 돌아봤다.
관건은 꾸준함이다. 빠른 공을 일관되게 던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김진호는 "지난해에도 구속이 빠르게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꾸준하지 않았다"며 "지금은 다르다. 무엇보다 자신감도 크다. 투구할 때 타자를 이긴다는 생각으로 한다. 올 시즌 최고 구속이 152㎞/h까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직구 비율이 지난해 53.1%에서 67.2%로 높아졌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지만 극복한다. 직구 피안타율이 0.143. 그는 "지금은 직구로 타자를 상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변화구로 머리를 복잡하게 하지 않고 타자와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며 웃었다.
김진호의 활약 덕분에 NC 불펜에는 다양성이 생겼다. 강인권 NC 감독은 "김진호가 자기 것을 찾아가는 거 같다"고 흡족해했다. 선수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김진호는 "피하지 않고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필승조를 처음 하는 거라서 (목표로 해야 하는) 수치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자리, 지금처럼 잘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