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아시안게임(AG) 근대5종의 새 역사를 썼다. AG 최초로 개인전 2연패를 달성하며 다시 한번 '아시아 최강자'임을 확인하고 기뻐했다. 그러나 대역전을 허용해 개인전 은메달을 딴 친구 이지훈(LH)의 이름이 나오자 "미안하다"고 했다.
전웅태는 지난 2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AG 남자 개인전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08점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체전까지 2관왕이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AG 개인전에서 우승한 그는 이 종목 최초로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전웅태는 "첫 종목인 펜싱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근대5종의 변수가 많은 종목"이라면서 "(나와 동료 모두 단체전까지) 좋은 결과를 얻어 정말 뿌듯하다"며 기뻐했다.
전웅태는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옥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다"고 말했다. 훈련양이 워낙 많아 운동 시간 외에는 하루 100보 이상 걷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결선에서 펜싱과 승마까지 전체 5위였던 전웅태는 수영에서 1분59초2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고, 전체 2위로 올라섰다. 이때까지 이지훈이 꽤 큰 격차로 1위를 달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전웅태는 마지막 레이저 런에서 이지훈(1492점)을 추월했다. 이지훈보다 32초 늦게 출발했지만 오히려 16초 먼저 결승선을 통과, 대역전을 완성했다.
전웅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는 2관왕 소감을 밝히던 중 이지훈을 언급했다. 전웅태는 "지훈의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내가 추월하면서 너무 미안했다"고 밝혔다.
이지훈은 이날 승마 연습 훈련 중 말에서 떨어졌다. 뇌진탕 증세로 정신이 혼미했다.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근대5종 대표팀의 맏형 정진화는 자신의 메달 획득을 떠나 "(이)지훈이가 레이저 런 출발 때도 '내가 지금 일등이냐' '내가 왜 여기 있지'라고 물어보는 등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걱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지훈은 경기 후 전웅태를 끌어안고 "네가 우승해서 고맙다"라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전웅태는 "(대표팀의) 유대감이 좋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개인전 금메달을 따 기쁘면서 또 (지훈이에게) 미안하다. 또 아쉽기도 하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소감을 밝혔다.
대표팀 은퇴를 밝힌 정진화는 "막내(서창완)가 단체전 시상대에 함께 올라서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 피땀 흘리며 함께 운동한 시간이 금보다 더 값진 걸 알고 있다. 이제 후배들을 뒤에서 밀어주고 지켜주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한국 근대5종은 금 8개, 은 8개, 동 7개를 획득했다. AG 이 종목 최다 메달국인 한국은 이번에도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