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고개를 숙였다. 독일 3부리그 FC 자르브뤼켄전에서 연이은 실수로 실점을 막지 못한 탓이다. 오롯이 김민재만의 실수들로 보긴 어려웠지만, 평소 그가 보여주던 수비력을 돌아보면 분명 김민재답지 않은 치명적인 실수들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3부리그에서도 하위권에 머무른 자르브뤼켄에 져 자존심을 잔뜩 구겼다.
김민재는 2일(한국시간) 독일 자르브뤼켄의 루트비히스파르크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24 DFB(독일축구협회) 포칼 2라운드 자르브뤼켄전에 선발 풀타임 출전했지만 전반 추가시간 동점골 실점 장면에서 연이은 실수를 저지른 뒤 고개를 숙였다. 안일한 패스로 역습 위기를 초래한 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마지막 태클마저 무위로 돌아가면서 결국 동점골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장면 외에 김민재는 공·수 양면에 걸쳐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최후방 수비수로서 뼈아픈 실점 장면에 관여한 걸 만회하진 못했다. 실제 이날 김민재는 패스 성공률 92%(130회 시도·120회 성공)에 공격지역 패스 10회, 롱패스 성공률 50%(6회 시도·3회 성공) 등을 기록했고, 수비 지역에서도 리커버리 10회, 클리어링 3회 등을 기록했지만 앞선 실수 탓에 빛이 바랬다.
더구나 바이에른 뮌헨은 동점골 실점 이후 후반 추가시간엔 뼈아픈 극장골까지 실점하며 1-2로 져 DFB 포칼 2라운드 만에 탈락했다. 상대가 독일 3부리그에서도 15위에 머물러 있는 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충격적인 대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이번 탈락으로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2019~20시즌 DFB 포칼 정상에 오른 이후 네 시즌 연속 중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앞서 2020~21시즌과 2021~22시즌에도 2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지난 시즌에도 8강 고비를 넘지 못했다. DFB 포칼 탈락으로 4년 만의 트레블(3관왕) 도전도 조기에 무산됐다. 바이에른 뮌헨의 남은 대회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다.
바이에른 뮌헨은 제대로 숨도 고르지 못한 채 사흘 뒤인 오는 5일 오전 2시 30분 독일 도르트문트 지그날 이두나파크에서 열리는 분데스리가 10라운드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격돌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에서 승점 23으로 선두 바이어 레버쿠젠(승점 25)에 이어 2위다. 이날 패배하면 4위까지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수비진의 연이은 부상 탓에 김민재는 도르트문트전 역시 어김없이 선발 풀타임 출전할 예정이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최소한의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 킹슬리 코망, 자말 무시알라 등이 벤치에 앉았고, 대신 전방엔 에릭 막심 추포모팅을 필두로 마티스 텔, 토마스 뮐러, 르로이 사네가 포진했다. 중원에선 프란스 크레치히와 요슈아 키미히가 호흡을 맞췄고, 알폰소 데이비스와 김민재, 마테이스 더리흐트, 부나 사르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마누엘 노이어. 김민재는 다요 우파메카노의 부상 이탈 속 이렇다할 백업 센터백 자원이 없어 3부리그 팀을 상대로도 선발로 출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객관적인 전력의 우위를 앞세워 경기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자르브뤼켄이 잔뜩 웅크린 채 수비 대형을 구축하면서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러나 이날 첫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균형을 깨트렸다. 전반 16분 아크 정면에서 찬 뮐러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상대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선 비교적 이른 선제골로 자칫 꼬일 수도 있는 경기 흐름을 잡는 듯 보였다.
뮐러의 선제골 직후 바이에른 뮌헨에 악재가 찾아왔다. 김민재의 파트너로 나섰던 더리흐트가 태클 동작 이후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결국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민재와 더리흐트를 제외하면 전문 센터백 자원이 없던 상황. 키미히가 대신 내려와 김민재와 호흡을 맞췄지만 센터백 자원은 김민재가 유일한 상황으로 경기가 흘렀다.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30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찬 데이비스의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이에 질세라 자르브뤼켄도 반격에 나섰다. 카심 라비히치의 연이은 슈팅이 바이에른 뮌헨 골문을 노렸고, 이번엔 사네가 전반 44분 왼발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지만 수비벽에 막혔다.
바이에른 뮌헨의 리드로 끝날 것 같았던 전반 추가시간. 바이에른 뮌헨이 아쉬운 실점을 허용했다. 최후방에 선 김민재의 안일한 패스와 공을 적극적으로 잡지 못한 2003년생 미드필더 크레치히의 판단력이 아쉬웠다. 김민재는 최후방에서 안정적으로 측면에 공을 보내는 대신 중원에 패스를 건넸는데, 패스 강도가 애매했다. 크레치히마저 적극적으로 움직여 공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곧장 상대의 압박에 공을 빼앗겼다. 상대의 역습이 곧바로 전개됐다.
김민재는 자신의 패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측면을 파고들던 루카스 보더에게 태클을 시도했다. 그동안 김민재는 실수를 하더라도 후속 상황에서 꼭 이를 만회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보더는 김민재의 태클을 완벽하게 피한 뒤 공격을 이어갔다. 이후 문전으로 패스를 연결해 파트리크 존트하이머의 골로 연결됐다. 김민재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에도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슈팅수에서 3-3으로 맞섰다. 볼 점유율만 73%에 달했을 뿐 상대 기회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패스 횟수도 353회와 114회로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러나 전반 추가시간 막판 실점을 막지 못해 1-1로 맞선 채 후반을 준비해야 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5분 14분 사네의 연이은 왼발 슈팅으로 다시 균형을 깨트리려 애썼다. 그러나 번번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15분엔 코망과 무시알라, 세르주 그나브리가 동시에 투입돼 공격진에 변화가 이뤄졌다. 무시알라와 그나브리, 코망은 차례로 슈팅을 시도하며 상대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는 좀처럼 결실로 이어지지 않았다. 교체 투입된 자원들에 후반 35분엔 뮐러가 문전에서 헤더까지 연결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코망, 추포모팅의 슈팅도 번번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를 외면했다. 압도적인 전력 우위 속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균형을 깨트리지 못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45+6분, 통한의 역전골을 실점했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받은 마르셀 가우스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바이에른 뮌헨 골망을 흔들었다. 추가시간이 거의 흐른 시점에 나온 사실상 극장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과 자르브뤼켄, 두 팀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에만 77%의 볼 점유율 속 무려 15개의 슈팅을 시도하고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후반전에 허용한 슈팅은 단 1개였는데, 이 유일한 슈팅이 그대로 극장골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의 볼 점유율은 75%, 슈팅 수도 18-4로 크게 앞섰지만 기록은 무의미했다.
경기 후 소파스코어는 미드필더 키미히에게 7.9점의 평점을 줬고, 뮐러(7.6점)와 추포모팅(7.5점)에게도 7점대 평점을 매겼다. 김민재는 6.9점이었다. 뮐러의 선제골을 돕고도 김민재의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크레치히는 팀 내 최저인 6.2점의 평점에 그쳤다. 폿몹 역시 최고점은 키미히(8점)에게 줬고, 뮐러(7.7점)와 김민재(7점) 순으로 평점을 매겼다. 앞서 소파스코어가 최저점을 매긴 크레치히에겐 7점이나 평점을 줘 대조를 이뤘다.
경기 후 독일 바바리안풋볼은 바이에른 뮌헨의 파상 공세를 1실점으로 막아낸 상대 골키퍼 팀 슈라이버에 대해 “그가 아니었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분명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날 경기 통틀어 최고의 선수로 꼽았다. 그러면서 “바이에른 뮌헨 수비가 최근 흔들리고 있었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3부리그 팀을 상대로 무너진 건 옳은 일이 아니”라며 “김민재와 데이비스, 사르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수비진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