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영광의 순간에 할머니를 떠올린 허미미(22·경북체육회). 그의 국내 첫 행보는 현조부에게 메달을 바치는 것이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허미미는 취재진과 마주해 “아쉽게 (개인전) 은메달을 땄는데, 결승 뛸 때 할머니 생각이 났다”고 고백했다. 허미미는 지난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우승 뒤에도 곧장 할머니를 언급한 바 있다.
허미미와 그의 할머니는 애틋한 사이다. 재일 교포 3세인 허미미는 ‘한국 대표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지난 2021년 한국 국적을 택했다. 태극 마크를 달고 파리 올림픽 무대를 누빈 손녀는 할머니의 바람을 이뤘다.
단숨에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거듭난 허미미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57㎏급 은메달, 혼성단체전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안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허미미는 “정말 이번 올림픽 때 느낀 것은 (귀화) 선택을 엄청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한국 대표로 시합 나가는 게 엄청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허미미는 대회 전부터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으로 주목받았다. 허미미는 실업팀(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자신이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허석 선생의 내손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에게도 허석 선생의 존재는 의미가 남달랐다.
“(현조부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는 허미미는 귀국 다음 날인 6일, 대구광역시 군위군 삼국유사면 집실마을을 찾아 허석 선생 추모기적비를 참배했다. 한국 첫 행보로 허석 선생을 찾은 허미미는 추모기적비 앞에 자신이 딴 은메달과 동메달을 바쳤다.
자랑스러운 선조 앞에 선 허미미는 “4년 뒤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대표로 첫 올림픽을 마친 허미미에게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도 묻어났다. 그러나 태극 마크를 달고 파리를 누볐다는 행복감과 자부심이 분명 앞섰다. 시종일관 표정이 밝았던 그는 “(한국 귀화를) 후회 안 하고,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미미의 시선은 이미 4년 뒤 열리는 2028 LA 올림픽으로 향한다. 허미미는 “(대중들이) 유도를 보고 재밌다고 느끼면 좋겠다. 유도 인기가 많아져서 사람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큰 관심을 받아) 너무 신기하고 정말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다음 올림픽 때까지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번 올림픽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허미미는 공항에 온 팬들의 셀피 요청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연신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고개를 숙여 열렬한 지지에 보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