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소니픽쳐스 제공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본격 흥행 궤도에 올랐다. 흥미로운 소재와 유머를 머금은 휴먼 드라마로 관객층을 확장하며, ‘왕과 사는 남자’ 독주 체제에 균열을 일으켰다.
6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지난 주말(4월 3일~5일) 사흘간 32만 8750명을 동원, ‘왕과 사는 남자’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63만 5219명으로, 올해 개봉한 외화 최고 스코어다.
영화 흥행의 첫 번째 요인은 드라마의 힘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기억을 잃은 채 우주 한가운데서 깨어난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가 인류 멸망의 위협에 맞서 임무를 수행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마션’의 원작자로 익숙한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에서 출발했다.
전작 ‘마션’이 그랬듯,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장황한 서사나 외계 존재와의 대결 구도보다는 고립된 이의 생존기에 방점을 찍는다. 주인공 그레이스가 이곳에서 만난 또 다른 생명체 로키와의 교감을 통해 연대와 희생, 우정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보편적 서사가 메인 플롯이다.
이 과정에는 유머도 동반된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생활해 온 그레이스와 로키는 언어 대신 숫자, 원소기호 등을 매개로 관계를 구축하며 색다른 교감 패턴을 만들어낸다. 특히 로키에게서 출력되는 ‘지구어’, 예컨대 “좋음좋음좋음” 같은 동어 반복이나 문장 끝에 “질문” 또는 “평서문”이라고 명시하는 방식 등이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사진=소니픽쳐스 제공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는 SF물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대담하면서도 귀여운 상상력은 정교한 과학 이론 위에서 펼쳐진다. 아스트로파지란 가상의 미생물을 장거리 우주비행, 회전형 우주선을 통한 인공중력, 실존 항성 타우세티 위에 올려 현실감을 확보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난해하거나 방대한 과학 지식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영화는 복잡한 개념을 서사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장르적 쾌감과 대중적 접근성을 동시에 성취한다.
이는 높은 실관람객 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5일 기준 CGV골든에그지수 97%를 유지 중이다.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상업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로, 1600만명을 돌파한 ‘왕과 사는 남자’와 동일한 수치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그레이스와 로키 간 우정과 희생을 굉장히 중요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여기서 발생한 휴머니즘이 대중적 호응과 긍정적 반응을 이끌었다”며 “여기에 원작이 가진 힘, 우주 탐험이라는 소재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당초 우려됐던 번역가 리스크는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 영화를 번역한 황석희가 강제추행치상, 준유사강간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따른 특례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 기소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X 등에는 황석희 번역작 보이콧 움직임과 함께 부정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9주차에 접어들면서 모객력이 둔화됐고, 이를 대체할 경쟁작이 부재하면서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관객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정 평론가는 “작품과 번역가의 개인사는 별개의 문제지만 관객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세가 꺾이고 있고 4월에 특별한 경쟁작이 없는 만큼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흥행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