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콘셉트 돌’ 출신이 아니다. 배우 차학연이 쿠팡플레이 시리즈 ‘로맨스의 절댓값’을 통해 다시 한번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빅스 활동 시절 뱀파이어, 저주인형 등 파격적인 콘셉트를 제 옷처럼 소화했던 내공 덕분일까, 그는 이번 작품에서 현실과 망상을 오가는 극과 극의 캐릭터를 ‘찰떡’같이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차학연이 출연 중인 ‘로맨스의 절댓값’(이하 ‘로절값’)은 꽃미남 선생님들을 주인공으로 BL 소설을 쓰는 여고생 여의주(김향기)가 현실에서 그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소동극을 담은 하이틴 로맨스다. 극중 차학연은 여의주의 ‘주적’이자 꽃미남 4인방 중 한 명인 수학 교사 가우수 역을 맡았다. 사진=쿠팡플레이 공식 유튜브 채널 가우수는 한마디로 ‘깐깐 오징어’ 그 자체다. 시험에서 수학 4점을 맞은 의주를 같은 반 학생 앞에서 면박 주는 냉정함을 보이는가 하면, 부러진 안경을 빌미로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는 ‘뒤끝’도 겸비했다. 평소 다정한 말투와 애교 섞인 성격으로 알려진 차학연은 이번 역할을 위해 목소리 톤을 낮추고 날카로운 발성을 연습하는 등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특히 까다로운 수학 판서와 공식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드라마 ‘일타강사 스캔들’의 정경호에게 직접 자문을 구하며 열의를 불태웠다는 후문이다. 사진=쿠팡플레이 공식 유튜브 채널 이번 작품에서 차학연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지점은 1인 2역에 가까운 반전 매력에 있다. 극중 의주가 밤마다 집필하는 BL 소설 속에서 가우수는 주시온이라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재탄생한다. 현실의 뿔테안경을 벗어던진 그는 스모키 메이크업과 화려한 체인 액세서리를 장착한 채 치명남의 정점을 찍는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차학연은 소설 속 가상 인물인 주시온의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스타일리스트와 수차례 피팅 과정을 거쳤다. 차학연은 유튜브 채널 ‘유연석의 주말연석극’에서 “현장에 50벌 이상의 의상을 준비했고 피팅에만 8시간 가까이 소요됐다”며 “레드 가죽 트렌치코트 같은 강렬하고 세련된 착장으로 주시온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MBC, tvN 제공
연기에 진심인 행보와 별개로 대중에게는 여전히 ‘철쭉 소년’의 잔상이 짙다. 졸업사진 속 엉뚱한 포즈로 눈길을 끌던 소년이 어느덧 교복 대신 교단에 서는 배우로 성장했다는 점은 그가 쌓아온 시간의 간극을 새삼 실감케 한다.
2014년 ‘호텔킹’으로 연기 활동에 시동을 건 차학연은 ‘발칙하게 고고’, ‘아는 와이프’, ‘마인’, ‘조선변호사’, ‘무인도의 디바’, 최근 ‘이웃집 킬러’까지 쉼 없이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그 간극을 메워왔다. 재벌가 손자부터 사이코패스, 개인주의 은행원, 프로야구 선수, 한성부 판관, 수학 교사 가우수까지. 배역의 결이나 크기를 가리지 않는 이 유연한 행보는 차학연이라는 도화지가 얼마나 넓은지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