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무대인사 / 사진=쇼박스 SNS
극장가 무대인사가 쌍방향 소통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단순 영화 홍보를 넘어 팬들과 교감하는 ‘소규모 팬미팅’으로 진화 중인데, 관객수 증대라는 실리와 주객전도라는 비판적 의견이 맞선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장원영 되는 주파수’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유돼 화제를 모았다. 해당 영상에는 “싸울 때 ‘야’라고 하지 말랬지. 여기 ‘야’가 어딨어. 내가 ‘야’야”라는 밈을 따라하는 ‘장원영 언니’ 장다아의 모습이 담겼다. 팬사인회에서 찍혔을 법한 이 영상은 영화 ‘살목지’ 무대인사 현장을 포착한 것으로, 진화한 무대인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무대인사에 변화가 인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과거 무대인사는 배우들이 간략한 소감을 전하는 자리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현장 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쌍방향 소통으로 발전했다. 관객이 머리띠, 플래카드 등 소품을 준비하고 배우가 이를 착용하며 화답하는 게 대표적으로, 최민식의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도 ‘파묘’ 무대인사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무대인사 팬서비스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배우들은 이제 무대를 벗어나 객석 통로를 누빈다. 팬들의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어주거나 손을 맞잡는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것은 물론, 포스트잇에 적힌 대사를 읽어주거나 질문에 답한다. 영락없는 아이돌 팬덤 문화의 이식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왼쪽)와 ‘휴민트’ 무대인사 / 사진=쇼박스·NEW SNS
팬들 사이 자리싸움도 치열하다. 배우들과 근접한 좌석은 매진을 넘어 리셀 시장에서 상당한 웃돈이 얹어져 거래된다. 일례로 ‘왕과 사는 남자’ 감사 무대인사 티켓은 최고 70만원에 판매됐으며, 무대, 통로 쪽 좌석은 기본 50만원을 호가했다. 과열 양상이 지속되자 현장 안전을 위해 배우가 이동하지 않는다는 공지까지 등장했다.
대중이 지금의 무대인사에 열광하는 이유는 배우를 스크린 속 동경의 대상이 아닌 손에 닿는 존재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흥행과 직결되는 효과적인 마케팅이기도 하다. 배우와 마주하며 강력한 유대감을 느낀 관객은 자연스럽게 N차 관람 및 SNS를 통한 자발적인 바이럴 홍보에 동참하게 된다. 극장이라는 공간의 현장성과 희소성이 배우의 소통 의지와 결합하면서 영화 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주객전도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티켓 구매가 영화 작품 자체보다 부수적인 이벤트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무대인사가 종료됨과 동시에 객석의 절반 이상이 비워지는 현상은 관람보다 배우와의 만남에만 치중한 기형적 소비 행태를 보여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무대인사는 관객 유입을 위한 강력한 동인”이라면서도 “팬덤 마케팅의 성과가 작품에 대한 본질적인 관심으로 온전히 전이될 수 있도록 운영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