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양창섭의 완봉승. 이 완봉승이 지닌 의미는 선수 개인에게도, 팀에도 꽤 컸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양창섭은 지난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잊힐 뻔했던 개인의 커리어를 화려하게 되살린 반전의 투구이자, 올 시즌 대권에 도전하는 삼성 마운드에 천군만마와 같은 의미 있는 승리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양창섭은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혹사 논란에 이어 2019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전력에서 이탈했고, 이후 잦은 부상 여파로 긴 부침을 겪어야 했다. 최근엔 매 시즌 스프링캠프마다 5선발 후보로 거론되었음에도 끝내 1군 로테이션에 완벽히 정착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 시즌에도 붙박이 선발로 낙점받진 못했지만, 시즌 초 부상으로 이탈한 원태인과 최원태의 공백을 메우는 대체 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마침내 본격적인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삼성 양창섭과 이승민, 배찬승이 늦은 시간까지 실내 훈련을 하며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삼성 제공
이러한 반등의 뒤에는 젊은 투수들 간의 이른바 '불펜 스터디' 효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최근 불펜장에선 양창섭과 원태인, 이승민 등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의 투구를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양창섭은 올 시즌 이승민, 이재희를 비롯해 배찬승, 장찬희 등 후배들과 훈련 과정을 서로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부족한 점을 채웠다. 동료들의 투구 모습을 밖에서 지켜봐 주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피칭 밸런스를 안정적으로 잡아나간 것이다. 이 같은 자발적인 스터디 문화는 양창섭의 완봉승뿐만 아니라 삼성 불펜진 전체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또 이번 완봉승이 삼성에 더욱 뜻깊은 이유는, 새롭게 합류한 이적생 포수 장승현과 호흡을 맞춰 일궈낸 결과라는 점이다.
삼성 장승현. 삼성 제공
삼성은 그동안 안방마님 강민호의 체력 안배와 미래를 대비해 '제2의 강민호'를 찾는 데 주력해 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세혁과 장승현을 잇달아 영입하며 포수진에 과감한 변화를 꾀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던 중 주전 포수 강민호가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위기 상황에서, 장승현이 양창섭과 완봉승을 합작했다. 양창섭도 경기 후 중계사와의 인터뷰에서 "(장)승현이 형에게 고맙다. 내가 던지고 싶은 곳으로 계속 리드를 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공을 돌렸다.
여전히 강민호 의존증이 짙은 삼성 포수진 상황에서 장승현의 완봉승 호흡은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투수 리드와 볼 배합 면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장승현이 제시한 것이다. 타격은 아직 강민호와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장승현은 이날 4타석 2타수 1안타를 때려내며 공격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삼성 양창섭. 삼성 제공
양창섭의 완봉승은 단순한 1승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길었던 터널을 지나 잠재력을 터뜨린 양창섭과 투수진의 스터디 효과, 새 배터리 조합의 성공적인 안착은 올 시즌 정상에 도전하는 삼성의 강력한 상승 동력이 되고 있다.